미국과의 쌀협상을 위해 2일 급거 출국한 농림수산부 장관을 비롯한
고위협상팀의 움직임을 보면 참 한심한 생각이 든다. 협상전략이라고
보기엔 수준미달인데다 협상상대도 정해놓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떠난게 소위 우리의 대표단이다.

정부가 협상팀을 브뤼셀로 파견하면서 제시한 협상의 주상대는 미키 캔터
미무역대표부(USTR)대표였다. 그러나 미키 캔터 대표는 이미 브뤼셀에서
EC와의 협상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간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협상상대가 없는 곳으로 협상을 하겠다고 달려간 꼴이 됐다.

하기야 애스피 농무장관이 현지에 남아있고 미키 캔터 대표가 브뤼셀로
돌아와 협상에 응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아무리 협상의 긴박성을 인정하더라도 협상 상대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출국한 것은 "웃기는 일"이 아닐수 없다.

협상단이 제시한 협상카드도 재미있다. 쌀시장을 지키기 위해 금융
서비스등 다른 분야를 확대개방하겠다는 게 정부의 대안이었다.

그러나 농산물과 금융분야는 서로 협상테이블이 다르다. 더구나 미국등
협상상대국은 농업과 금융에 관련된 이해 집단과 협상당사자들이 다르지
않은가. 한마디로 금융을 양보한다고 해서 쌀시장을 지킬수 없게끔
돼있다고 보는게 옳다.

재무부의 고위관리조차 이런 협상안이 있을수 없다는 "정론"을 폈던게
사실이다. 그 관리는 재무부장관으로부터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했느냐"고 꾸중을 듣고 "없던 일"로 하자고 말했다니 이같은 협상안은
상대를 위한 전략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정부는 이렇게까지 쌀시장을 지키려고 했다"(재무부 모국장)는 대내용
전술임이 분명하다.

어쨌든 이런 전략으론 쌀시장도 지키지 못하고 금융 서비스시장만 더
내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난 80년대 후반 담배시장을 지키기 위해 지적소유권을 소급 인정해주는
"우"가 되풀이되고 있는것 같기도 하다. 이런 우는 협상결과에 신경을
쓰기보다 국내여론을 너무 의식한 때문일게다.

<박영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