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주말에도 구룡산허리길을 돌아 대보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올랐다. 봄이면 진달래 만발하고 여름이면 시원한 술의 터널을 이루는
이 산길을 오른지 10년은 훨씬 넘었다.

옛날 개포지구가 개발되기 전에는 대치동에서 버스를 내려 논길을 지나
징검다리를 건너고 구추밭을 지나야 산길에 들어섰는데 지금은 아파트가
빡빡히 들어서고 산밑까지 버스가 들어간다.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오르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등산길에 어느핸가
철조망이 길가운데를 지났다. 길을 막았다는듯 기분나는대로 쳐졌다.
그후로 사람들은 산을 오를때마다 무버자같은 철조망을 이리피하고
저리 피하며 다니기 시작하여 몇년이 지나고 나니 철조망옆으로 새로운
등산로가 생기게 되었다.

사람들은 저 아래 왕릉을 보호하기위해 생겨난 철조망을 원망하면서도
그것이 경계이려니 생각하고 지냈으나 겨울이되면 철조망너머까지
산불예방을 위해 진달래나무도 떡갈나무도 베어버리는 것을 보고는
그렇지않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래서 이 고약한 무법자를 욕하며
지나던 지난 가을 어느날 드디어 일이 벌어졌다.

대모산꼭대기에서 수서동으로 내려가는 능선길에 길을 막고 바위위로
쳐진 철조망과 말뚝을 돌로쳐서 부셔버린것이다. 고약한 철조망 잘
부셔버렸다고 생각했다. 지난 겨울 눈오는날 나도 이곳에서 하마트면
넘어져 철조망에 찔릴뻔 했기때문이다.

철조망이 부서진지 몇달이 지나 바위를 비껴 길을 터주고는 철조망이
고쳐졌다. 그리고는 "산불조심 문화재관리국"이라는 표지가 붙었다.
등산객은 생각지않고 길을 막고 철조망치는 "문화재관리국", 참고
견디며 빼앗긴 등산로를 다시 만들고 참다못해 돌로 부수는 시민,
당하고 나서야 고치는 당국은 우리의 자화상같았다.

그래서 언제부터 우리시민들이 주인대접을 받을까 걱정하며 산길을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