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시장 개방 문제에 관한 정부의 입장은 현재''절망''과 ''곤혹''으로 귀결
된다.

돌아가는 판세가 아무리 보아도 우리에게 유리한 구석이라고는 없는 것이
분명하고 결정의 시간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국제적 분위기는 우리 정부에만 UR협상에서 ''한국의 특수성이 이런만큼
이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기대를 걸 수 없는 입장이다.

쌀시장 개방 불가는 현직 대통령의 선거공약 사항이다. 따라서 정부가
''개방''을 이야기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국민에 대한 위약이 된다. 이때문에
농민단체는 물론 여당의 의원들까지도 개방불가라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10위권의 무역국이고 국부의 상당부분을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입장이 우리 정부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하고 있음은 더이상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정부의 고위관리들은 어느부처를 막론하고 쌀시장 개방과 관련, 정부의
불가 방침에는 변화가 있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그 다음의
대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알 수 없다''이고 추가되는 질문에는 대답이
한결같다. ''노코멘트''

정부의 고충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쌀은 우리 민족에 있어 단순한 농작물
이 아니고 정신세게를 지배하고 있는 근원인 때문이다.

여든여덟번 농부의 피와 땀이 어우러졌다는 쌀. 우리 조상이 허리가, 등뼈
가 휘도록 고생해 이 민족을 이제껏 있게한 농경사회의 원천을 거센 압력이
있다,국제현실이 이렇다하는 이유로 정부가 국민을 설득할 자신도 없고
그럴 가능성도 없다고 믿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리는 이렇게 말한다, ''현실이 그렇지 않고 국제현실도 이해는
합니다만 지금같은 상황에서 어느 누가 그 이야기를 꺼내겠습니까.한마디로
아무도 메지않으려는 총대를 누가 메겠느냐는 것이죠''

개방의 기역자만 꺼내도 비난이 쏟아질 것이 불보듯 훤한 상황에서 이야기
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또다른 당국자는 이런 말을 한다. ''가족이 배를 타고 가다 물에 빠졌다고
칩시다. 기자양반 같으면 한 사람밖에 못 구한다고 했을때 아내를
구하겠습니까,자식을 구하겠습니까. 선뜻 자신있게 말하고 결정할 수
있습니까''

물론 기자도 아무말 못했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사이에 오늘과 내일 브뤼셀에서는 미국과 EC가 마주앉아
UR협상의 최대 관건인 농산물 분야 협상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시간은
보름도 남지 않았다.

<양승현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