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겨울 재무부에 근무할때 한 외교관으로부터 슈퍼볼 파티에 초대
받은 적이 있다. 단판승부로 유명한 미식축구의 결승전 중계를 보면서
간단한 음식과 함께 담소를 즐기는 그런 파티였다.

게임이 끝나고 버본위스키를 한잔씩 들때 서울살이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한 외국은행지점장이 여러나라에 살아보았지만 외국인에게는 서울이 가장
살기 힘든 도시라고 했다.

의외의 이야기에 놀라 이유를 물어봤다. 서울에서는 돈을 갖고도 택시를
탈수 없고,주소를 갖고도 찾아갈 수 없으며,사람과 도시의 영문표기 방식은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며,주요 관청에 영문 안내표시판 하나 제대로 안돼
있으니 국제적인 도시치고 이런 곳은 없다는 것이었다. 예를들어 과천의
영문표기가 무엇이 맞는지 모르겠고 과천청사 안에 재무부의 영문표시판
하나없어 미로를 헤맨다는 것이었다.

그후 도로표지판과 공문서에 사용되는 과천의 영문표기를 찾아보았더니
국제통용기준에 따라 정부가 정한 한글로마자표기법에 따르면 "Kwachon"이
맞음에도 "Gwacheon""Kwachun"등 무려 다섯가지나 된다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더욱이 수도 서울도,대표적인 재벌들도,역대 대통령들도 영문표기
이름이 잘못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는 또 놀랐다.

얼마전 정부에서는 "신경제국제화전략회의"를 열어 외국기업에 대한
여러가지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러한 정책도 중요하지만 콜택시도,리무진택시도 만들고 작은 길도
이름을 붙이고 오른쪽은 짝수 왼쪽은 홀수식으로 번지수도 과학화하고
영문표기방식도 국제통용기준으로 통일하는 기본적인 활동환경의 국제화가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야 서울이 "세올"(Seoul)이 아니라 "서울"(Soul)이 되고 세계인들과
함께 어울려 활기있고 다양하게 살아가는 국제화된 도시가 될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