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개막을 앞둔 시애틀에 "한국붐"이 일고있다. 각료회의 공동대표로
17일 오후(한국시간)이곳에 도착한 한승주 외무 김철수 상공자원부장관은
공항에서부터 몰려든 각국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진땀을 흘렸다.

"숱한 국제회의에 참가해봤지만 이번처럼 한국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진
적은없었다"(박운서상공자원부 제1차관보)는 "즐거운 비명"이 터져나올
정도다. "동상15몽"으로 비유되는 이번 회의에서 "균형자"(슐레징거 로이터
통신 기자)로서의 역할이 기대되는 한국에 쏠리는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UR대신 APEC"(스페로 미국무차관)란 말이 시사하듯 이번 회의를 아.태
시장 장악의 확실한 계기로 삼으려는 미국의 "공세". 아세안을 중심으로한
역내 개도국들의 적극적인 "방어". 이 "양극"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겨냥하며 입지를 넓혀나가려는 한국 일본등 "중간그룹".

APEC는 "동(아시아제국)과 서(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남(동남아
개도국)과 북(미.일.호주등 선진국)"등 이질적인 문화 경제적 지역권이
날줄 씨줄로 얽혀있는 복합체다.

이 복잡한 역학구도속에서 어떤 "접점"을 찾느냐에 이번 시애틀회의의
성패가 달려있다(이토 일아사히신문기자)는 지적이다.

물론 역내국가들의 "기대"가 아니더라도 이번회의에 임하는 우리나라의
입장은 적극적일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탈냉전이후 세계적인 블록화추세에서 소외돼온 우리나라가
"소블록들을 용해시킬"아.태자유무역지대화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
이다.

APEC는 기업활동의 국제화와 무역확대를 통한 대외지향형 경제발전을
정책의 기본으로하는 우리나라에 <>통합EC(유럽공동체) 출현 <>NAFTA AF-
TA등 아.태지역내 소블록화움직임등의 확산되는 지역주의추세에 대처할
무대가 될것이기 때문이다.

역외국가들에 대한 배타적 경제공동체를 기본성격으로하는 이들 소블록이
확산되면 될수록 우리나라가 받게될 타격은 크다. 예컨대 17일(한국시간
18일오전)미하원표결을 앞두고있는 NAFTA를 보자. 이 체제가 정식으로
출범하게 되면 우리나라와 같은 역외국가는 자동차를 수출하기위해 부품의
62.5%를 현지에서 조달해야하는등 엄청난 규제를 당하게 돼있다.
우리나라의 주요시장으로 떠오른 동남아국가들이 추진하는 AFTA도 내년부터
15년이내에 모든 교역품목 관세를 0~5%로 낮추는 공통관세제도를 운영하되
역외국가들엔 고율관세를 유지한다는 내용을 기본으로 하고있다.

총교역량의 40%를 동아시아,28%를 북미 및 대양주 국가들에 각각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 "아.태지역내 소블록뚫기"는 사활의 문제로 비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렇다할 "기댈 언덕(블록)"이 없는 우리나라가
택할 최선의 보호막은 APEC라는 결론을 냈다(노영욱상공자원부 통상
진흥국장)는 얘기다.

여기에 우리나라에 가해지고있는 미국 캐나다 호주등 역내 주요 교역
상대국들로부터의 쌍무주의 통상압력에 대처하는데도 APEC는 유용한 방편이
될것이란 기대다.

이처럼 내심으론 APEC의 자유무역지대화 논의에 찬성하면서도 "적극적이고
공개적인 추진"엔 신중할수밖에 없다는게 시애틀회의에 임하는 우리정부의
최종 입장이다.

각국간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대립돼있는 속에서 조정자의 역할이 쉽지않을
뿐더러 우리나라도 농산물시장개방등 일부 사안에서는 "조정자"일수만은
없는 입장에 있다.

따라서 총론으론 자유무역증진을 지지하는 입장을 분명히하되 개별회의
안건에선 사안별로 주변국들과의 부분적인 공조체제도 모색한다는 방침
이다. 예컨대 기초식량인 쌀개방문제에 대해선 일본과,서비스시장개방
확대에 대해선 동남아개도국들과의 공조를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UR협상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우리정부는 다자무대에서의 통상교섭력을
가늠할 마지막 시험대에 올라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