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가 C고교에 재직할 때였다. 어느날 P선생이 "형님 우리 벗거진
사람끼리 한번 만나는거 어때요"라고 제의했다. 몇몇 대머리 선생들이
모임을 만들기로 의기 투합이 됐다.

"모임의 명칭은 무얼로 할까,솔직하게 "대머리회"라고 합시다"라는 주장은
체육전공의 P선생이였고 독두회라고 하자는 것은 한문전공의 K선생이었다.

우리들이 세상에 커다란 보탬은 될수 없어도 우리를 보는 여러 사람들에게
진솔한 웃음이라도 선사할수 있어야 모임의 의의가 있지않을까 하여 여명회
라고 이름 짓기로 했다.

어둠을 밝히는 모임 지어놓고 보니 너무도 그렇듯 했다. 사실 처음엔
망설이는 회원도 있었다. 괜히 세상에 웃음거리만 되는게 아닌게 그러나
머리가 이미 빠진 것은 운명으로 돌리고 긍정적 입장에서 용모를 재평가
하자는 주장이 우세하였다. 가발을 던 K선생은 당장 가발을 벗었다. "세상
에 이렇게 시원하고 부담없는 것을 고생만했다"고 한것은 가발을 벗은
K선생의 넉두리다.

독명회선언 제1조는 우리는 평생동지로서 남과 나자신을 즐겁게 한다라고
명영하였다. 모임은 세월이 갈수록 빛나고 모임때마다 우리들이 모이기만
하면 좌중의 운은 휘둥거리기 시작해의 시선은 집중되고 곧이어 함박웃음이
터진다. 분위기를 여명시킨 것이다.

얼마전 TV를 보니까 대머리60인의 모임이란 프로가 있어 관심있게
보았지만 곧실망하고 말았다. 어느누구도 대머리를 자랑스럽게 여기지
못하고있었고 심지어는 "대머리"를 "머리"로 고쳐부르는 속좁은(?)연출도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속좁은 대머리는 아니다. 평생변함없는 대머리로서의
건강하고 번쩍거리는 자랑스런 여명의 모임인 것이다. 일년에 네번을 만나
교류하고 있다. 전국의 명산을 골라 섭력하고 있으며 머리에 친목은 안할
망정 산에서는 열심히 나무도 가꿀줄 안다.

단,하나의 고민은 아내들이 모임을 달갑잖게 생각하는 것이다. 처음은
결사적으로 반대하더니 요즈음은 많이 이해쪽으로 기울었다.

우리 여명가족은 송기성(총남고교) 박종수(총무.대전체육고교) 박찬각
(대전유성고교) 이내원(동대전고교) 김봉상(충남여고교) 김홍철 이윤규
(대전여고교) 김용복(대전동신고교)선생과 회장을 맡고있는 필자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