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은행은 10일 아침신문의 한귀퉁이를 장식한 "하나은행 수신고
5조돌파"기사를 보고 몹시 억울해 했다. 수신면에서 만은 한발 앞서가던
보람은행 이었다. 수신고 5조원돌파도 먼저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선수를 뺏긴것을 확인하고 무릎을 쳐야했다. 보람은행관계자는 "오늘
아침은 초상집같았다"며 한숨을 지었다.

단자사에서 바뀐 두 은행은 그동안 알게 모르게 우위다툼을 별여왔다.
은행으로의 전환은 하나은행(은행장 윤병철)이 91년7월로 보람은행
(은행장 김동재)을 두달정도 앞섰다.

하나가 은행문을 먼저 열었지만 보람이 3개월정도 지나면서
수신고면에서는 하나를 따돌렸다. 보람은 대주주인 럭키금성 두산
코오롱등 큰기업의 도움을 얻긴 했지만 나름대로의 노력을 다해 수신고를
늘려 왔다.

지난 10월말 현재로도 보람의 총수신은 4조8천4백92억원으로 하나은행의
4조6천9백93억원보다 1천4백99억원 많았다. 그 차이는 두은행의
규모로볼때 결코 적지않은 것. 5조원달성 테이프도 보람이 먼저 끊을
것으로 보람측은 확신했었다. 그러나 지난 9일기점,지난달말 이후
영업일수 기준으로 8일만에 역전된 것이다. 보람은행은 9일 저녁 늦게서야
하나은행이 5조원을 달성했다는 소식을 듣고 당일 저녁 "우리도 최종
집계결과 5조원을 넘었다"고 주장했으나 공식발표는 하루늦게 했다.

두은행은 단자사시절에도 엎치락 뒤치락했다.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은 보람의 전신(한양투자금융과 금성투자금융)중의 하나인
한양투금에 비해 수신면에서 83년까지는 뒤졌으나 그이후는 앞서나가면서
불꽃튀는 경쟁을 벌여왔다. 윤병철하나은행장은 부산대법대를 졸업한
농업은행출신,김동보람은행장은 서울법대를 졸업한 상업은행출신의
뱅커들로 친화력 폭넓은 대인관계및 영업능력면에서 한치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을 들어왔다.

선의의 경쟁관계였던 두은행에는 "5조원먼저달성"이 의미있는 과업이었다.
이미지 부각차원에서 서로가 놓칠수없는 승부수였다. 비록 하나은행이
5조원을 먼저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에 대한 보람은행의 불만은
대단하다. 보람은행은 불과 열흘전만해도 수신고면에서 하나은행보다
1천5백억원 앞서있는 터라 5조원달성축하연을 10일전후로 잡고 모든 준비를
해왔다. 심지어 지난주말(6일)까지만 해도 수신고가 1천억원정도 앞서
하나은행이 뒤집을 것이란생각은 하지 않았었다고 한다.

"정보가 새나간 것같습니다. 어떻게 며칠새 역전시키겠습니까. 아마
기교를 부린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허를 찔렸죠" 보람은행의 한임원은
하나은행이 며칠새 양도성예금증서(CD) 무역어음매출및 별단예금을
집중적으로 늘려 수신고를 부풀렸을 것이라고 했다. 변칙플레이를 했다는
불만까지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보람은행과 동격에 놓고 비교하는 것을 싫어한다.
"우리는 신한은행을 따라잡는게 급합니다. 경영내용을 따져보면
보람은행은 우리의 적수가 안됩니다" 하나은행의 한임원은
수신고5조원달성을 놓고 보람은행과 경쟁하는 것처럼 보지말아 달라며
"우리는 앞을 보지 뒤(보람은행지칭)는 보지않는다"고 주장했다.

하나은행은 그 근거로 91년 하나의 당기순이익은 1백54억원이었는데
보람은 1백28억원이었고 92년의 경우에는 하나가 2백93억원,보람이
2백51억원으로 수지가 좋다는 점을 내세웠다. 자기자본도 하나가
2천9백60억원(92년기준),보람은 2천5백98억원이라고 말했다. "수지는
하나,수신은 보람"이라는 얘기가 금융계에 나돈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두은행은 기존 시중은행들보다 앞선 서비스와 첨단기법으로 금융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맞수가 있어야 실력이 향상되는 것처럼
서로가 서로를 자극하면서 "무서운 후발은행"이라는 소리를 들어왔다.
경쟁을 하면서도 다른 은행이 배울만한 점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두 은행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두 은행 모두 조달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수신위주로 볼륨을 늘렸고 사실상 구속성예금(꺾기)이라고
볼수있는 개발신탁확대에 애를 썼다. 조달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신탁과
양도성예금증서가 총수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기존은행은 50%정도인 반면
두은행은 80%에 달할 정도다.

두은행 모두 수신고등 계수 경쟁을 벌일 상황이 못된다는 얘기다.

"어떻게 하면 수지를 좋게 하느냐에 경영진이 골몰해야하는데 수신싸움을
벌이는 것은 시대착오적입니다" 은행감독원관계자의 말을 두은행은 깊이
새겨들어야할 시점이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