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맥주의 경월소주인수로 활발히 움직이던 맥주회사들의 지방소주회사
인수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크라운맥주에 지분매각설이 나돌던 무학소주가
합작이나 지분매각을 하지않기로하는등 지방소주회사들이 앞으로 OB
크라운등 맥주회사들의 자도소주시장 진출을 연대해서 저지키로
결의했기때문이다.

경월소주와 진로를 제외한 8개소주회사 대표들은 지난 8일밤 서울시내
모처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이같은 방침을 확인했다.

특히 크라운에 일부지분을 매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던 무학소주
최규섭사장은 이자리에서 크라운맥주와 서로 협력할 의사는 있었으나
합작이나 지분매각은 있을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고 향토기업으로 남아
지방소주시장을 지키겠다고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매각설이 돌던 대선소주 역시 회사를 팔지 않을 방침임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다른 지방소주사들도 이날 모임에서 이같은 방침에
동조키로 결의하고 당분간 일절 움직임을 삼가는한편 자도시장의 방어에만
전력하기로 의견의 일치를 본것으로 전해졌다. 8개 지방소주회사들이 뭉친
것은 현실적으로 OB보다 진로의 급속한 시장잠식이 더우려되기 때문이란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같은 기류를 일찌감치 감지한 진로는 지방시장에 쏟아붓던
물량을줄이는등 지방소주회사들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아무튼 지방소주회사들의 이같은 방향전환으로 진로는 OB나 크라운의
지방사합작(또는 인수)으로 인한 맥주회사들의 소주공세를 일단은 막을수
있게 됐다.

이와함께 크라운이 일부 지분을 인수할 것으로 전해졌던 무학이 이를
전면부인하고 나옴에따라 지방소주시장재편등 주류시장의 지각변동은 다시
안개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무학소주가 크라운과의 합작을 부인한것은
크라운이 합작상대로서는 약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업계관계자들은
보고있다. 이에따라 크라운의 무학과의 합작은 사실상 물건너간것
아니겠느냐는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또 경월소주는 OB에 앞서 크라운에 인수를 제의했으나 크라운이
머뭇거리고있는 사이 OB에 선수를 뺏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결국
크라운은 소주시장에 진출할수있는 두번의 기회를 코앞에서 놓친 셈이다.

이같은 상황으로 미루어볼때 결국 크라운이 연내에 독자적으로
소주제조면허를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크라운과 OB등 맥주회사들이 소주시장에 너도나도 뛰어들려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진로의 맥주시장참여가 이유가 되고 있다.

즉 내년에 미국의 쿠어스맥주와 합작으로 국내에서 맥주를 생산키로한
진로가 후발업체로서의 약점을 단시일내에 극복하기위해서는 진로소주를
취급하는 도매상들에게 맥주판매를 강요할 것이라고 예상되기때문. 이를
거부하는 도매상에게는 인기있는 진로소주를 공급하지않을 것이 뻔하고
따라서 도매상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진로맥주를 받을수 밖에 없다. 자연히
OB맥주나 크라운맥주가 타격을 받게된다는 것이다.

일단 크라운이 독자적으로 소주면허를 얻지못하게 될경우 진로와 손잡고
OB와 대항하거나 아니면 OB와 손잡고 새로 진출하는 진로맥주를 견제하는
선택이 남게 된다.

물론 지방소주회사와 협력하여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의 소주생산등
다른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 그러나 OEM방식은 아무래도 합작이나
인수에 의한 소주생산보다는 비용이 많이 들기때문에 선뜻 끌리지 않는
길이다. 크라운으로서는 좀더 어려운 선택들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채자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