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조직의 비대화와 이에따른 각종 비능률과 ''낭비''에 관한 문제엔 국경
이 따로 없는것 같다. 기업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신하고 있는데 공공행정
을 떠맡은 정부는 별로 달라진게 없다는 비판의 소리가 지구촌 곳곳에서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의 클린턴행정부는 출범직후 부통령직속
으로 국가행정평가특별위원회 (National Performance Review)를 설치,
6개월의 작업끝에 최근 ''관료적 형식주의 일소'' ''고객지향'' ''효율화된
행정체제구축''을 골자로 하는 종합보고서를 완성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
의 권위있는 민간연구소인 PHP도 ''낭비행정이 일본을 파멸시킨다''는 제목
의 특별보고서를 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입수한 이들 보고서의 내용을
간추린다.
< 편 집 자 >
=====================================================================

최근 한 조사결과는 일본의 행정조직에서 엄청난 "낭비"가 있음을 보여
주었다. 행정은 국민들의 귀중한 세금을 사용하여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
에 본래 낭비란 허용될수없다.

낭비를 제거할수만 있다면 일본은 보다 더 풍요로와질수 있을 것이다.
행정조직의 낭비를 구체적으로 밝혀내면 일본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확실해
질 것이다.

일본의 행정조직을 분석해보면 필요한 관청도 있지만 불필요한 관청도
한둘이 아니다.

하나씩 살펴보자.

<>통산성(상공자원부)=국제분업과 자유무역이 요구되는 시대에 모든 산업
을 육성한다는 통산성의 발상은 시대착오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관민일체
산업정책은 무역마찰의 원흉이다.

국가로서의 공통된 산업정책은 더 이상 필요가 없다. 자원에너지청을 독립
시키고 개발행정은 과학기술청, 문부성의 프로젝트와 합병하여 교육학술성
을 신설해야 한다.

<>대장성(재무부)=미국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금리가 자유화되지 못한
까닭에 91년 3월까지 10년간 일본의 전체 예금자는 39조엔에서 51조엔의
이자를 손해보았다고한다. 호송선단방식에 의한 은행과보호행정을 즉각
중단하여야한다. 지나치게 강한 권한을 줄여한다.

<>경제기획청(경제기획원)=민간조직에 낙하산식 인사를 하지말아야한다.
경제기획청출신들이 정부의 의향에 주의하는 것은 당연하며 이것이 경기
예측을 틀리게 하는 원흉의 하나가 되고있다. 경제기획청은 본래 소비자
행정까지 담당해야하나 그런 의지나 힘이 없다. 새롭게 소비자성을 만들
어야할 것이다. 경제기획청은 순수한 경제예측전문의 싱크탱크로 개조해야
한다.

<>운수성(교통부)=인허가건수가 전 부처중 가장 많다. 이 권한을 이용
하여 낙하산식인사도 가장 많다. 운수성의 인허가 행정은 이제 소비자의
욕구변화에 대응치 못하고있다. 국내 항공운임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격,
택시요금의 동일지역 동일요금원칙등 업계에 대한 과보호와 권익옹호는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 소비자쪽에 서서 정책이 세워지지않는이상 운수성
은 폐지되는 편이 낫다.

<>우정성(체신부)=전기통신사업은 모두 자유화시켜서 기업의 자유경쟁에
맡겨야 한다. 저축은 분할하여 민영화시킨다. 우편은 공사화한다. 우정성을
해체시키더라도 국민에게는 아무 불편도 없다. 부서이기주의에 가득찬
우정관료는 짤라버리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농림수산성(농수산부)=대표적인 필요없는 부서다. 한때 일본이 농업국
이었던시절의 유물에 불과하다. 농업은 지방에 맡겨야한다. 지금 상태대로
획일적인 농정을 계속하는한 일본의 농업에 미래는 없다.

<>과학기술청(과학기술처)=과학학술성으로 격상시키는 것이 좋다. 학술
예산의 배분권한을 문부성관할에서 이관하여 학술진흥이라는 관점에서 대학
이 아니라 개인에게 지급한다.

<>환경청(환경처)=시급히 환경평가법을 제정하여 환경행정이 사업행정을
체크하는 기능을 만들어야한다. 건설성이나 통산성의 관련부국을 통합해서
환경성으로 격상시켜야한다.

<>노동성(노동부)=국가는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실무는
모두 지방에 맞기는 편이 낫다. 전후 연합군사령부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노동성의 역사적인 역할은 이제 끝났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만약 역할이
남아있다면 부인문제와 노동문제정도일 것이다.

<>건설성(건설부)=지명입찰제야말로 오직 담합의 온상이며 건설관료가
건설업체에 낙하산식 인사가 가능한 원천이다. 어떤 자료에 의하며 담합에
의한 건설업계의 초과이익은 16%에서 38%에 달한다고 한다. 지방을 포함한
92년도 정부건설투자가 34조2천억엔이므로 만약 16%의 초과이익이 있었다고
한다면 국민은 5조1천억엔의 손해를 본셈이 된다. 건설성은 폐지하고 지방
에 맡겨야한다.

이같은 행정조직의 과감한 쇄신은 지방의 권한강화와 맥을 같이한다. 지금
일본의 지방은 죽어있다. 동경과 일부의 대도시를 제외하면 경제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침몰 일보 직전이다. 이 모든 것은 중앙집권이 가져다준 병폐
다. 명치유신이후 1백20년에 달하는 중앙집권체제에 의해 지방은 자력으로
정책을 생각하려는 의지와 능력을 빼앗겨버린 것이다.

그러면 다극분산형의 국가를 만들고 지방을 소생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나. 무엇보다도 지방분권과 규제완화를 철저히 추진하여야한다. 이
두가지를 단행하게 되면 지금의 중앙관청은 대부분 필요없게 될 것이다.

현재 일본에는 20개의 중앙관청이 있는데 스위스에는 재무 내무 경제 사법
경찰 운수 에너지 국방의 7개성 밖에 없다. 나머지 일들은 모두 지방에
맡기고 있다.

국가의 일은 본래 이정도로 충분하다. 일본도 한때는 10개부처로 충분했다.
지방분권과 규제완화를 통하여 국내의 구조개편을 단행하여야 한다. 일본의
경우 중앙정부가 지방행정의 세부까지 간섭하는 것을 상식이라고 착각하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세계적으로 보면 비상식이며 국민의 풍요로움을 빼앗고
있는 원흉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지적하고싶다.

관료선발제도등 공무원의 인사제도에도 낭비요소갈 한두가지가 아니다.

관료세계에서 부처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심한 다툼이 일어나듯이
동경대졸업생을 확보하기위한 각 부처간의 전쟁도 매년 발생하고있다.

그중에서도 동경대 법학부의 신화는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어서 그
출신자들을 얼마나 확보했는가가 각 부처의 실력을 재는 척도가 되고있다.
관료사회는 서열을 매기기 좋아하는 일본인들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예라
할수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암묵적인 서열은 대장 통산 자치 경찰이 선두그룹
을 형성하며 우정 운수 건설 농림수산 후생의 제2그룹 노동 문부 법무의
제3그룹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동경대편중주의를 고치기 위해서는 현재의 시험제도를 철저히
재고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시험에 강한 인재만을 뽑는 것이 과연
21세기의 일본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가. 또 외무성만 별도의 시험을 치른다
는 것은 옳은 일인가. 세상을 위하는 것,사람들을 위하는 것에 대한 판단
능력은 시험만으로는 가려낼수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