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허위에 찬 현대문명 통렬 비판..이승하씨 네번째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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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에서 서성거리고 계신 신이여/죽음을 지니고 태어난 저희들은/생명을
키울 용기가 없기에/아이를 낳지 않거나/낳은 아이를 버립니다(후략)"(이
아이들을 위해 함께 기도를)
84년 시 "화가 뭉크와 함께"로 등단한 이후 10년째 반문명의 시작실험을
거듭해온 시인 이승하씨(33)가 네번째 시집 "폭력과 광기의 나날"을
펴냈다(세계사간).
이번 시집은 최근 세기말적 징후읽기에 주목하는 젊은 시인들이 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관념적 수준을 넘어서는 날카로운 문명비판의 메스가 돋보여
주목받고 있다. 사진과 그림의 시각적 이미지를 결합시켜 강렬한 충격을
주고 있다.
"폭력과 광기의 나날"은 인간이성이 차곡차곡 쌓아온 "조화로운 세계"의
허상을 고발하는 섬뜩한 시구들로 가득차있다. 그가 일상에서 만나는
폭력은 전쟁 고문 살인 구타 기아 독재 강간 죽음 섹스 등이다. 현대는
이 폭력에 무감하고 때론 그 필요성을 강변하는 인간들의 광기로 폭력이
무한증폭되는 시대다.
이씨는 42장의 사진과 그림들을 수록해 이러한 세기말적 현상들이 "지금
이 시간 바로 여기 우리 곁에" 있음을 극명하게 전하고 있다. 그 속에는
60년의 4.19가 있고 월남전의 사연,광주의 아픔,80년대 고문사건들의
상처가 담겨있다. 1789년의 프랑스혁명의 소용돌이가 그려져있고 굶어죽은
소말리아 모자와 집단학살당한 쿠르드족의 시신과 인종청소의 와중에서
세르비아병사들에게 강간당한 여성들의 슬픔도 들어 있다.
에이즈에 감염돼 죽어가는 루마니아 어린이의 눈빛을 보며 시인은 "이
아이 앞에서/성호긋지 말기를/이 아이의 눈동자를 보고/기도 드리지
말기를/다만 묵상하기를/일류의 죄악에 대해/죄악에 대해 면역
결핍인/인류에 대해/인류의 미래에 대해"(이 아이의 눈동자앞에서)라고
참회를 권한다.
죽어가는 전우에게 인공호흡을 하는 월남전 참전용사의 사진아래에는
"인공호흡을 해주는 그대 전우의 입술은/죽음의 키스/잘 가라/그대 죽음의
의미를/수십 수백만 소년병사의 죽음을/누가 잊을까/아니,누가 기억할까"
(주검과의 키스)라는 시구가 달려있다.
"인류의 역사는 폭력의 역사였습니다/소수민족에 대한,약소민족에
대한/동족에 대한,가족에 대한/폭력의 역사였습니다/신을 찬양하고 사랑을
설교하면서도/칼을 휘두르고 방아쇠를 당겨왔으니/폭력은 참 얼마나
자연스러운 행위입니까"(폭력에 관하여)
그에게 인류의 미래는 밝지 않다. 암담한 벽이 있을 뿐이다. 폭력은
질서와 도덕과 사랑과 믿음을 가진 일상인의 틈사이 세상 어느 곳에도
있다. 신에 관한 믿음도 쉽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종말과 함께
현현하실 분이여/지상의 모든 죄악에게도 빛을!"이라는 반신의 탄식이
있을 뿐이다.
이씨의 이번 시집은 시에 비해 사진과 그림 등 시각자료의 안배가 지나쳐
상상과 느낌을 쉽게 한계지우는 단점이 있다. 시인 스스로도 혹 시구가
사진에 달린 사족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고 한다.
이씨는 지금까지 "사랑의 탐구"(87)"우리들의 유토피아"(89)"욥의 슬픔을
아시나요"(91)등 시집을 발표해왔다. 사진을 사용한 실험은 제3시집 이후
3년째 해오고 있다. 제5시집은 이제까지의 실험에서 탈피,전통문화에 대한
재해석을 계획하고 있다. 춤꾼 소리꾼 등의 삶을 소재로한 시집을 내년 봄
선보일 예정이다.
<권영설기자>
키울 용기가 없기에/아이를 낳지 않거나/낳은 아이를 버립니다(후략)"(이
아이들을 위해 함께 기도를)
84년 시 "화가 뭉크와 함께"로 등단한 이후 10년째 반문명의 시작실험을
거듭해온 시인 이승하씨(33)가 네번째 시집 "폭력과 광기의 나날"을
펴냈다(세계사간).
이번 시집은 최근 세기말적 징후읽기에 주목하는 젊은 시인들이 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관념적 수준을 넘어서는 날카로운 문명비판의 메스가 돋보여
주목받고 있다. 사진과 그림의 시각적 이미지를 결합시켜 강렬한 충격을
주고 있다.
"폭력과 광기의 나날"은 인간이성이 차곡차곡 쌓아온 "조화로운 세계"의
허상을 고발하는 섬뜩한 시구들로 가득차있다. 그가 일상에서 만나는
폭력은 전쟁 고문 살인 구타 기아 독재 강간 죽음 섹스 등이다. 현대는
이 폭력에 무감하고 때론 그 필요성을 강변하는 인간들의 광기로 폭력이
무한증폭되는 시대다.
이씨는 42장의 사진과 그림들을 수록해 이러한 세기말적 현상들이 "지금
이 시간 바로 여기 우리 곁에" 있음을 극명하게 전하고 있다. 그 속에는
60년의 4.19가 있고 월남전의 사연,광주의 아픔,80년대 고문사건들의
상처가 담겨있다. 1789년의 프랑스혁명의 소용돌이가 그려져있고 굶어죽은
소말리아 모자와 집단학살당한 쿠르드족의 시신과 인종청소의 와중에서
세르비아병사들에게 강간당한 여성들의 슬픔도 들어 있다.
에이즈에 감염돼 죽어가는 루마니아 어린이의 눈빛을 보며 시인은 "이
아이 앞에서/성호긋지 말기를/이 아이의 눈동자를 보고/기도 드리지
말기를/다만 묵상하기를/일류의 죄악에 대해/죄악에 대해 면역
결핍인/인류에 대해/인류의 미래에 대해"(이 아이의 눈동자앞에서)라고
참회를 권한다.
죽어가는 전우에게 인공호흡을 하는 월남전 참전용사의 사진아래에는
"인공호흡을 해주는 그대 전우의 입술은/죽음의 키스/잘 가라/그대 죽음의
의미를/수십 수백만 소년병사의 죽음을/누가 잊을까/아니,누가 기억할까"
(주검과의 키스)라는 시구가 달려있다.
"인류의 역사는 폭력의 역사였습니다/소수민족에 대한,약소민족에
대한/동족에 대한,가족에 대한/폭력의 역사였습니다/신을 찬양하고 사랑을
설교하면서도/칼을 휘두르고 방아쇠를 당겨왔으니/폭력은 참 얼마나
자연스러운 행위입니까"(폭력에 관하여)
그에게 인류의 미래는 밝지 않다. 암담한 벽이 있을 뿐이다. 폭력은
질서와 도덕과 사랑과 믿음을 가진 일상인의 틈사이 세상 어느 곳에도
있다. 신에 관한 믿음도 쉽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종말과 함께
현현하실 분이여/지상의 모든 죄악에게도 빛을!"이라는 반신의 탄식이
있을 뿐이다.
이씨의 이번 시집은 시에 비해 사진과 그림 등 시각자료의 안배가 지나쳐
상상과 느낌을 쉽게 한계지우는 단점이 있다. 시인 스스로도 혹 시구가
사진에 달린 사족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고 한다.
이씨는 지금까지 "사랑의 탐구"(87)"우리들의 유토피아"(89)"욥의 슬픔을
아시나요"(91)등 시집을 발표해왔다. 사진을 사용한 실험은 제3시집 이후
3년째 해오고 있다. 제5시집은 이제까지의 실험에서 탈피,전통문화에 대한
재해석을 계획하고 있다. 춤꾼 소리꾼 등의 삶을 소재로한 시집을 내년 봄
선보일 예정이다.
<권영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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