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290) 제2부 대정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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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슈는 요시노부의 말을 곧이곧대로 다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조정의 정변이 자기가 동의하지 않으면 헛일이 되고만다는
말은 쇼군으로서 위신상 하는 말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볼때는 어쩌면 막부가 이제 끝장이 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즉각 무력으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이곳 오사카성으로 옮겨온 것부터가
벌써 승산이 없기 때문이라고 여겨졌다.
그리고 양이를 주장하는 세력이라고 해서 그들에게 접근하는 일이
언어도단이라는 말도 수긍할수가 없었다. 그럼 처음부터 양이가 아니어서
막부와 조약을 맺게 되었던가. 힘으로 밀어붙여서 된 일이 아닌가 말이다.
비록 그들이 지금은 양이를 주장한다고 해도 정권이 발족되어 제대로
정치를 해나가자면 도리없이 양이니 뭐니 하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스스로
걷어치우지 않으면 안될 게 뻔했다. 그리고 또 그렇게 되도록 유도하는 게
자기네 서양 공사들의 임무라고 롯슈는 생각했다.
내심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는 어쨌든 그동안 자기네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막부의 쇼군이 자기 입으로 도와달라는 부탁을 한
터이니,거절해서는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도리도
도리지만,아직 사태가 유동적이고,권력의 행방이 불확실한 터이니,쇼군의
청을 적당히 들어주어 두는 게 어느 모로나 현명한 일이라 싶었다.
속에 그런 큼직한 구렁이가 들어있는 외교관 롯슈는 웃음을 거두고,정색을
하고서 말했다.
"내 생각에는 이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어떻게요?" "우선
말이죠. 쇼군께서 서양 여러 나라의 공사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이번
사태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태도를 표명하는 겁니다. 그리고 지지를
구하는 거죠" "좋은 말씀이에요. 그러잖아도 실은 나도 그럴 생각이
있어서 먼저 롯슈공사를 만나 이렇게 상의를 드리는 거라구요"
"아,그래요? 그럼 내일이라도 당장 모임을 개최하시죠. 우리 서양 여러
나라의 지지를 얻게 되면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데 크게 힘이 될 거예요"
"되고말고요.
천군만마(천군만마)를 얻은 거나 마찬가지죠. 내가 교토를 떠나 이곳으로
옮겨온 것도 다 그런 속셈이 있었던 거라구요. 허허허."
그제야 요시노부는 웃음이 나왔다. 술기운도 제법 오르고 해서 마냥
기분이 좋아, "자,우리 다시 건배를 한 번 합시다" 하면서 손수 또 롯슈의
잔에 술을 따랐다.
아니었다. 조정의 정변이 자기가 동의하지 않으면 헛일이 되고만다는
말은 쇼군으로서 위신상 하는 말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볼때는 어쩌면 막부가 이제 끝장이 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즉각 무력으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이곳 오사카성으로 옮겨온 것부터가
벌써 승산이 없기 때문이라고 여겨졌다.
그리고 양이를 주장하는 세력이라고 해서 그들에게 접근하는 일이
언어도단이라는 말도 수긍할수가 없었다. 그럼 처음부터 양이가 아니어서
막부와 조약을 맺게 되었던가. 힘으로 밀어붙여서 된 일이 아닌가 말이다.
비록 그들이 지금은 양이를 주장한다고 해도 정권이 발족되어 제대로
정치를 해나가자면 도리없이 양이니 뭐니 하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스스로
걷어치우지 않으면 안될 게 뻔했다. 그리고 또 그렇게 되도록 유도하는 게
자기네 서양 공사들의 임무라고 롯슈는 생각했다.
내심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는 어쨌든 그동안 자기네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막부의 쇼군이 자기 입으로 도와달라는 부탁을 한
터이니,거절해서는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도리도
도리지만,아직 사태가 유동적이고,권력의 행방이 불확실한 터이니,쇼군의
청을 적당히 들어주어 두는 게 어느 모로나 현명한 일이라 싶었다.
속에 그런 큼직한 구렁이가 들어있는 외교관 롯슈는 웃음을 거두고,정색을
하고서 말했다.
"내 생각에는 이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어떻게요?" "우선
말이죠. 쇼군께서 서양 여러 나라의 공사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이번
사태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태도를 표명하는 겁니다. 그리고 지지를
구하는 거죠" "좋은 말씀이에요. 그러잖아도 실은 나도 그럴 생각이
있어서 먼저 롯슈공사를 만나 이렇게 상의를 드리는 거라구요"
"아,그래요? 그럼 내일이라도 당장 모임을 개최하시죠. 우리 서양 여러
나라의 지지를 얻게 되면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데 크게 힘이 될 거예요"
"되고말고요.
천군만마(천군만마)를 얻은 거나 마찬가지죠. 내가 교토를 떠나 이곳으로
옮겨온 것도 다 그런 속셈이 있었던 거라구요. 허허허."
그제야 요시노부는 웃음이 나왔다. 술기운도 제법 오르고 해서 마냥
기분이 좋아, "자,우리 다시 건배를 한 번 합시다" 하면서 손수 또 롯슈의
잔에 술을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