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국회의원이 사주인 기업들이 잇달아 쓰러지고 있다.
이승무민자당의원이 기업주인 봉명이 부도를 낸데 이어
배명국민자당의원형제가 사주인 장복건설도 28일 침몰했다.

두 회사모두 자금난을 겪어왔고 장복건설은 건설경기침체라는
경기순환적요인이 겹친 때문이긴 하나 공교롭게 현역의원,그것도
여당의원이 사주라는 점에서관심을 끌고있다.

금융계에서는 이를두고 정치와 기업의 공생관계가 더이상 지속되지않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정치인의 프리미엄으로
기업을 음양으로 도와주던 관행은 점차 사라지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장복건설은 배의원의 동생인 명세씨와 명목씨가 대표이사로 되어있다.
지난 78년 배의원이 이 회사를 세웠으나 5공초기인 80년대초 정치에
입문하면서 동생들이 경영을 맡았다. 금융계에서는 군출신으로
하나회멤버이기도했던 배의원이 5공신군부가 등장하면서 실세로 부각,군
인맥의 잇점을 활용 기업에 큰 도움을 주었을 것으로 추측하고있다.
배명인전안기부장은 이들의 형이기도 하다.

장복건설은 작년하반기부터 건설경기침체로 회생이 어렵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은행감독원관계자는 "자금난이 계속된 것에 비하면 부도가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의 유재인부장은 "기업을 살리려고 노력했으나
금융비용부담이 너무 무거웠고 다른 거래은행들이 도와주지않아 어쩔수
없었다"고 말했다. 예전 같으면 정치인의 영향력을 의식,자금을
지원하면서 끌어갔을법도 하건 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사실 두 기업의 부도를 정치와 기업이라는 "두마리 토끼"잡기가 어려워진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같은 시각은 도투락과 봉명산업이 부도를 낼때도 마찬가지였다. 도투락
역시 오래전부터 자금압박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지만 현역의원의 영향력을
의식,섣불리 부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지만 결과는
더이상 봐줄수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정치와 기업에서 동시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정치는 또다른 기업경영"임을 내세우면서 11대국회에 진출,국민당
부총재까지 오른 윤석민전대한선주회장은 87년 산업합리화조치로 기업을
잃어야했다.
역시 국민당부총재를 지낸 이종성 충남방적회장은 회사가 대형화재를 입고
자금횡령사고까지 나는 수난을 겪었다.

가깝게는 포철신화를 이룩한 박태준전회장이 정치인으로
탈바꿈,여당최고위원까지 지냈으나 결국은 정치기업 양쪽에서 모두
좋지않게 끝났다. "권력과 부를 함께 가지는 것은 곤란하다"는
김영삼대통령의 말이 새삼 돼새겨 지는게 요즘 상황인것 같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