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정에서 벙어리저금통의 모습이 사라진지 퍽 오래인것 같다. 나이
드신 분들은 세뱃돈을 비롯하여 1년 내내 근검절약하여 벙어리저금통에
저축한 돈을 필요할때 깨서 사용한 추억에 애틋한 향수를 느낄 것이다.

벙어리저금통이 우리가정에서 없어지게 된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아무리 벙어리저금통에 동전을 모아보아도 물가의 상승으로 쓸만한 물건
하나 살수없는 형편이고 가계소득의 증가로 부모에게 고액의 용돈을 받게
되었으므로 저축을 할 경우 벙어리저금통 보다는 은행을 찾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국민학교 학생이 10만원짜리 보증수표를 들고
완구점을 찾아가는 사회현상이 이를 말해준다.

저금통의 역사는 고대그리스 유적에서 출토된 BC300년께의 도기가 가장
오래된 것이라 한다. 약 2,0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셈이다. 그러나 저금통
은 그리스에서보다 고대로마제국에서 보급되었던 모양이다. 중국에서는
전한시대의 왕족 묘에서 청동기로 만든 저금통이 발견되고있다.

우리나라의 총저축률이 금년에도 총투자율보다 낮을 것으로 보여 4년 연속
저축률이 투자율을 밑돌 전망이라 한다. 우리의 작년 총저축률이 34.9%로
32.8%였던 86년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예사로 생각할 일
이 아니다. 총저축률이 투자율보다 낮을 경우 국내에서 투자자금을 제대로
조달하지 못하므로 외국자본을 도입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만큼
외채규모가 커지게 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한은에 따르면 금년은 투자부진으로 국내총투자율이 작년보다 낮아질 것
으로 예상되는데도 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 총
저축률이 작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니
심각한 사태라고 할수 있다. 한때 "소비가 미덕"이라는 말이 유행했었지만
이제는 "소비는 악덕이고 저축이 미덕인 사회"로 되돌아 갔다고 할수 있다.

근검절약하고 저축하는 마음씨는 어려서부터 몸에 배게해야 한다. 저축
이란 본능이 아니라 생활의 필요나 지혜에서 발달하는 적응이라고 볼수
있기 때문이다. 호랑이나 북극여우등도 먹이를 저장한다는데 사람이 저축할
줄 모른대서야 창피한 일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