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무역블록화 추세에 편승,아시아에서도 무역블록화 움직임이
구체화 되고 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자유무역지대 구성,EAEC(동아시아경제협력체)창설
움직임등이 그것이다.

이와관련,홍콩무역개발위원회의 빅터 K 펑위원장은 최근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아시아의 무역블록화는 이지역
경제발전을 저해한다며 블록화를 추구하지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기고문을 요약한다.

<편집자>

아시아의 무역블록화움직임이 강하다. 아시아국가들이 유럽통합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항키위해 무역블록화를 추진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현재 진행중인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실패로 끝나고
그에따라 지난 반세기동안 세계무역체제의 토대였던 다자간자유무역주의가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때문에 아시아에서도 역내국가들간의 무역블록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아시아의 무역블록화는 바람직한가.

결코 그렇지 않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그동안 아시아의 눈부신 경제성장은 정부의 국내산업보호정책이나
간섭 경제계획등에 의해서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많은 아시아기업
들이 국경을 넘어 해외에 생산기지를 늘리고 동시에 해외 다국적기업들이
아시아에 투자하는등 역외지역과의 상호교류에 의해 아시아의 급속한 경제
성장이 가능했다.

둘째,아시아는 보호주의와 거리를 두어야하며 보호주의쪽으로 나아가서는
안된다.

아시아지역에서 영업중인 아시아기업이나 다국적기업들이 지금 번창하고
있는 까닭은 아시아각국정부가 무역을 자유화하고 관세를 인하하는 등
시장개방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의 경우에서 잘 나타난다. 중국은 10여년전부터 경제개혁정책을
실시해오면서 독자적으로 여러가지 무역자유화조치를 취했다. 그결과
중국기업들은 물론이고 교역상대국들의 기업들도 함께 번영하는 공동발전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셋째,아시아는 세계경제를 구성하는 빼놓을수 없는 부분중의 하나다. 또
다자간 세계무역체제에 의해 가장 큰 혜택을 입은 지역중 하나다.

아시아국가들이 지금까지 굉장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는 자신감에서
앞으로는 혼자서도 잘해나갈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언뜻 보면 아시아국가들은 자기들끼리만으로도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아시아역내교역은 급증하고 있고 아시아의 소비시장
은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면 사정은 다르다. 역내교역의 대부분이 원자재와
부품들이다. 서방국가들이 소비하는 최종제품을 만들지 않고 아시아국가들
끼리 원자재나 부품들만 주로 거래해봐야 경제적으로 큰 실익이 없다.

지금은 세계의 모든 곳에서 원자재를 구하는 글로벌소싱(Global Sourcing)
의 시대이다.

이때문에 아시아국가들은 시장개방화를 통해 원자재를 찾아다니는 외국
기업들을 아시아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래서 아시아를 국제상품의 생산기지
로 만들어야 한다.

넷째,세계는 지금 여러개의 무역블록으로 나뉘어지고 있으며 그래서
아시아도 무역블록을 결성해야된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설사 유럽공동체
나 북미자유무역협정이 무역블록이라고 인정한다해도 아시아마저 블록화를
추구해서는 안된다. 대신 아시아는 이들 무역블록이 다자주의의 품으로
들어오도록 유도해야한다. 무역블록화는 세계경제발전에 득보다는 해가 더
크다. 아시아까지 무역블록화에 뛰어들어 세계를 자꾸만 다극화시켜서는
안된다.

통상 무역블록은 역외국가들에 대해 불이익을 주게 마련이다. 무역블록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들에도 블록참가국들과 동일하게 혜택을 주는 무역블록
은 없다. 많든 적든 역외국가들을 차별하는 규정이 무역블록에는 반드시
있다.

아시아는 UR협상이 결렬된다해도 독자적으로 무역장벽을 낮추고 시장을 더
개방해야 한다. 시장개방은 상대국의 개방정도에 맞춘 호혜원칙에 의해서가
아니라 모든 국가들에 차별없이 똑같이 적용되는 최혜국 대우 원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설사 어떤 교역상대국이 아시아의 시장개방에 맞춰
즉각적으로 그나라의 시장을 열지 않는다고 해도 이에 개의치 말고 아시아
는 시장을 개방해야 할 것이다.

시장개방은 개방국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들에 혜택을 준다. 따라서
아시아는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소위 무임승차국들에 대해 차별대우를
하지말고 시장개방대열에 동참하도록 유도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는 반대로 아시아마저 무역블록화에 나선다면 세계는 무역블록화의
악순환에 빠지게되고 세계전체는 성장부진이라는 희생을 치르게 될것이다.
특히 무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아시아경제의 피해는 더 심각할것이다.

UR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지금 아시아는 무역블록화를 포기함으로써
세계교역을 늘리고 아시아의 번영을 더욱 촉진할수 있는 기틀을 다져야
할때다.

<정리=이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