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진경문화의 완성자로 꼽히는 겸재 정선(1676~1759)의 대표작을
한자리에 모아 보여주는 "겸재진경산수화전"이 17~31일 서울성북구성북동
간송미술관(762)0442에서 열리고 있다.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소장 전영우)가 71년 가을부터 매년
두차례씩 개최해온 정기전의 마흔다섯번째 순서.

이번 전시회는 또 동연구소 연구실장으로 사반세기동안 겸재연구에
몰두해온 미술사학자 최완수씨의 저서 "겸재 정선 진경산수화"(범우사
간)의 간행과 때를 같이해 마련돼 더욱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씨가 광범위한 조사연구를 통해 체계적으로 정리 수립한 조선조
진경문화의 이론적 바탕과 형성과정및 특장을 실물을 통해 직접 확인할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

간송미술관이 겸재의 작품만으로 전시회를 여는 것은 71년가을 제1회
정기전이후 이번이 두번째.

미술계와 학계는 물론 문화계전반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이번
전시회의 출품작은 "금강내산" "단발령망금강" "풍악산내총람" "정양사"
"독서유가" "인곡유거" "청송당" "자하동" "광진" "송파진"등 60여점.

금강산을 비롯한 관동지방과 서울근교의 명승을 그린 작품중 명작을
골랐다.

또 간송미술관 수장품만으로 꾸미던 종래전시회와 달리 이번 전시회에는
겸재의 초기작이라 할 수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신묘년풍악도첩"의
그림(13점)을 빌려 간송수장 "해악전신첩"의 작품(21점)과 함께 전시
함으로써 만년으로 갈수록 더욱 완숙한 경지에 이르렀던 겸재의 진면목을
살피도록 하고있다.

20여년에 걸친 겸재연구의 결과를 책으로 펴낸데 이어 겸재의 대표작을
모은 전시회를 기획한 최완수씨는 "겸재는 율곡으로부터 김장생 송시열
김창옹으로 이어지는 율곡학파의 학맥 전통을 이어받은 정통 조선 성리학자
로 조선성리학 이념에 투철한 사대부였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성리철학의
근저를 이루는 주역에 정통해 그 음양조화의 원리를 원용하여 우리 산천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표현해내는 진경산수화법을 창안해냈다고 밝혔다.

석산을 표현하는데는 중국북방화법의 특장인 필묘를 취하고 토산을
나타내는 데는 중국남방화법의 특장인 묵법을 취함으로써 토산과 석산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우리 산천을 음양대비나 음양조화의 형태로
형상화냈다는 것.

이는 필묘위주냐 묵법중심이냐 하는 대립개념으로 끝내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었던 중국 남북양대 화법이 우리손에 의해 이상적으로 융합되는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최씨는 그런 겸재 진경산수화법이 우리 산천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데
있어 얼마만큼 적절한 것이었는가를 실물로 확인토록 하기 위해 이번
"겸재진경산수화전"을 개최하게 됐다고 전했다.

<박성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