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세계에는 끝이 없습니다. 예술가에게는 자기만족이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깊은 계곡속의 한떨기 백합이 누가 봐주지 않아도
가장 아름다우려 애쓰며 피는 것처럼 화가도 누가 보든 안보든 최선을
다해 그리고,또 그려야한다고 생각합니다"
12일 개막식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운보 김기창화백은 예술의
세계에는 넘어야 할 고개가 수없이 많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스스로 만족하게 될 날을 기다리며 계속하는데 사실상 그날은 생명이
끝날 때일 것이라고 말했다.

친일화가로 공격받고 소중한 작품을 잃어버리는 등 개인적으로 불행한
일이 적잖았던 올해 대규모회고전을 열게 된 데 대해 김화백은 "사노라면
기쁜일이 있는 한편으로 슬프고 언짢은 일이 있게 마련"이라며 "나쁜 일은
가능한한 빨리 잊고 무아의 경지에 들어가려 애쓴다"고 밝혔다.

팔순의 노령에도 건강하게 작업을 계속할수 있는 것은 바로 이처럼 밝고
낙천적인 천성때문이라고 .

전시장 입구에 내건 "투우" "군마도"등의 작품에 대해 장애자들의 터질
것같은 심정을 대변한 것이라고 설명한 김화백은 자신이 장애자인 만큼
장애인들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얘기했다.

따라서 오랫동안 장애자들의 자활과 복지를 위해 노력해 왔으며 이번
전시회가 70만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털어놨다.

전작도록 제작과정중 드러난 김화백의 작품총수는 약7천~8천점.
이중 "바보산수"계열에 보다 많은 애정이 간다고 전한 김화백은 그
까닭으로 "넥타이를 지나치게 반듯하게 매고 있는 사람보다는 조금
삐뚜름하고 허술하게 매고 있는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