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철늦은 월간잡지를 뒤적이다가 충격적(?)인 대목을 읽었다.
그 내용은 우리 조종사의 훈련교관이 조종사를 교육시키면서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라"고 가르친다는 것이다. 한국인에게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이 교관이 조종사 후보생들에게 이같은
역설적인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무슨 까닭일까.

이 교관의 말을 깊이 음미해 볼 필요조차 없다.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조종후보생들은 장차 여객기의 기장이 되면 수백명
승객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된다. 그때 그 기장들이
규칙대로 정확하게 절차를 밟고 확인하면서 목적지에 정시에 승객을
안전하게 도착시킬 수 있겠느냐는 기본적인 임무수행에 불안감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다시 말하면 우리 국민이 흔히 갖는 결점을 극복하고 선진국 수준의
조종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수 있다.

즉 의식개혁을 먼저 해야만 국제수준의 조종사가 될수 있다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그 구체적인 예로 다음과 같은 경우를 들고 있다.

처음으로 아랍권으로 비행하게 되는 기장은 관제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때 일본인 조종사는 알아들을때까지 되풀이
물어보지만 우리 조종사는 알아듣지 못할지라도 그것으로 끝이라는 것이다.
위험한 행태라고 아니할 수 없다.

우리국민은 유교의 영향때문인지 체면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긴다. 이
체면을 지키려다보니 아무리 선의의 충고라고 할지라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일수가 없다. 그래서 스스로의 실수나 잘못을 지적받으면 우선
감정적으로 반발하게 되고 자기합리화에 급급하게 된다. 그러니 상호협력
또는 팀워크라는 것이 잘 될리가 없다.

우리 국민이 개인으로서는 모두 우수하지만 몇사람이 모이면 그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은 여기에 원인이 있지 않나 싶다.

거기다 개인적으로 우수하므로 그 자질을 십분발휘하여 요령껏 일을
처리하려 한다. 그때 거추장스런 규칙이 있다면 이에 구애받지 않는다.
결과가 중요하므로 절차나 과정에는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규칙을 고지식하게 지키는 사람은 무능한 부류에 속하게 된다. 그 결과가
무엇일까.

일본사람에게 기술을 가르치면 평생을 배운대로 하지만 한국사람에게
가르치면 사흘도 지나지 않아 자기 편한대로 요령껏 한다고 한다.
일본사람이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다고 비웃을수 있을까.

이같은 풍조는 개인에게 한한 일이 아니다. 기업 사회 국가단위로도
원리원칙을 따지고 규칙을 준수하는것 보다는 요령껏 마찰없이 일을
수행하는 사람을 유능한 사람으로 평가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근시안적인 사고에 불과하다. 이런 통계 숫자가 있다.

91년 우리나라 전체산업의 재해율을 보면 1. 62%로 일본의 0.49%보다
3배, 대만의 0.88%보다는 2배, 그리고 싱가포르 0. 38%보다는 4배정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3조5,000억원으로
GNP의 1. 7%에 달하고 근로손실 일수는 4,600만원이나 된다고 한다.
따라서 산재를 줄이는 것이 섣부른 생산성향상을 추진하는것 보다
경제적이라 할수 있다.

우리나라 산재율이 높은 이유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므로 한마디로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대부분 "산재는
인재"라고 말할수 있는 근거가 있고 어느 의약품 제조업체는 복장단정
정리정돈 청소청결 점검확인 전심전력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5원칙을
근로자들에게 철저히 준수토록한 결과 10년이상 무재해 사업장이 되었다는
예가 있다.

지금 우리경제의 소생을 위해서 국제경쟁력이 어떻고, 투자 마인드가
어떻다는등 의론이 분분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우리국민이 요령을 부리지
말고 고지식하게 원리 원칙을 지키는 의식개혁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같은 의식의 전환이 없다면 아무리 사정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일과성으로 끝나게 되고 선진국대열에 진입하게 되는것은 부지하세월이
되지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