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255) 제2부 대정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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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이었다.
교토의 어느 거리를 한 사무라이가 걸어가고 있었다. 육척 장신에 살이
뚱뚱하게 찌기도 해서 보기드문 거인이었다. 개를 한 마리 끌고 있었다.
개 역시 주인을 닮아서 거창하게 컸다. 어지간한 송아지만한 개가 시뻘건
혓바닥을 널름거리며 사무라이의 한걸음 앞을 걸어가고 있었다. 토종이
아니라,양견(양견)인데,연한 갈색의 털이 윤기가 나도록 미끈했다.
"도라,도라,이쪽으로 가자구"
사무라이는 그 개를 "도라"(인),즉 호랑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었다.
주인의 말을 정확히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 개는 길을 옆으로 꺾어 돌았다.
눈이라도 내릴 듯 하늘은 지백드드하게 흐려 있었다. 바람은 세지는
않았으나 매웠다.
길을 옆으로 꺾어도니 목에 휘감겨오는 바람결이 별안간 훨씬 싸늘해지는
것 같아서 사무라이는, "으이 추워" 하면서 굵은 목을 조금 움츠렸다.
어디선지 멀리서 저녁 예불(예불)을 알리는 사찰의 종소리가 은은히
들려왔다.
사무라이는 그 종소리가 어쩐지 여느 때와는 좀 다르게 가슴에 울려오는
느낌이었다. 여느 날 같았으면 그저 오늘도 하루가 저물어가는구나 하고
예사롭게 들어 넘겼을 터인데,그날은 그렇지가 않았다. 간절히 기원이라도
드리고 싶은 그런 심정이었다.
종소리가 울려오는 쪽 하늘을 바라보며 무사는 가만가만 입속말로
중얼거렸다.
"아무쪼록 거사가 성공해야 될 터인데."
은은한 메아리를 남기며 종소리가 멎자,사방은 웬지 조금 전보다 현저히
더 고요해진 느낌이었다. 뚜벅뚜벅 걸음을 옮겨가던 사무라이는 약간
심각해졌던 표정을 애써 활짝 누그러뜨리며, "도라,도라" 하고 개를
불렀다.
힐끗 개가 주인을 돌아보았다.
"내일이면 말이야 세상이 달라진다구. 보기좋게 뒤집어지고 만다 그거야.
알겠어?"
그러자 개는 잘 알았다는 듯이 꼬리를 덜렁덜렁 흔들었다.
"세상이 뒤집어지는 게 어떻게 되는 건지,네가 알아서 꼬리를 흔드는
거야?그녀석."
사무라이는 기분이 좋은 듯 흐뭇한 미소를 떠올렸다.
그 사무라이는 다름아닌 사이고다카모리였다.
교토의 어느 거리를 한 사무라이가 걸어가고 있었다. 육척 장신에 살이
뚱뚱하게 찌기도 해서 보기드문 거인이었다. 개를 한 마리 끌고 있었다.
개 역시 주인을 닮아서 거창하게 컸다. 어지간한 송아지만한 개가 시뻘건
혓바닥을 널름거리며 사무라이의 한걸음 앞을 걸어가고 있었다. 토종이
아니라,양견(양견)인데,연한 갈색의 털이 윤기가 나도록 미끈했다.
"도라,도라,이쪽으로 가자구"
사무라이는 그 개를 "도라"(인),즉 호랑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었다.
주인의 말을 정확히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 개는 길을 옆으로 꺾어 돌았다.
눈이라도 내릴 듯 하늘은 지백드드하게 흐려 있었다. 바람은 세지는
않았으나 매웠다.
길을 옆으로 꺾어도니 목에 휘감겨오는 바람결이 별안간 훨씬 싸늘해지는
것 같아서 사무라이는, "으이 추워" 하면서 굵은 목을 조금 움츠렸다.
어디선지 멀리서 저녁 예불(예불)을 알리는 사찰의 종소리가 은은히
들려왔다.
사무라이는 그 종소리가 어쩐지 여느 때와는 좀 다르게 가슴에 울려오는
느낌이었다. 여느 날 같았으면 그저 오늘도 하루가 저물어가는구나 하고
예사롭게 들어 넘겼을 터인데,그날은 그렇지가 않았다. 간절히 기원이라도
드리고 싶은 그런 심정이었다.
종소리가 울려오는 쪽 하늘을 바라보며 무사는 가만가만 입속말로
중얼거렸다.
"아무쪼록 거사가 성공해야 될 터인데."
은은한 메아리를 남기며 종소리가 멎자,사방은 웬지 조금 전보다 현저히
더 고요해진 느낌이었다. 뚜벅뚜벅 걸음을 옮겨가던 사무라이는 약간
심각해졌던 표정을 애써 활짝 누그러뜨리며, "도라,도라" 하고 개를
불렀다.
힐끗 개가 주인을 돌아보았다.
"내일이면 말이야 세상이 달라진다구. 보기좋게 뒤집어지고 만다 그거야.
알겠어?"
그러자 개는 잘 알았다는 듯이 꼬리를 덜렁덜렁 흔들었다.
"세상이 뒤집어지는 게 어떻게 되는 건지,네가 알아서 꼬리를 흔드는
거야?그녀석."
사무라이는 기분이 좋은 듯 흐뭇한 미소를 떠올렸다.
그 사무라이는 다름아닌 사이고다카모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