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가 1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추석이 겹친 월말을 코앞에 두고
시름에 잠겨있는 중소기업들이 많다. 평소때보다 자금수요는 많은데
자금확보가 여의치 않아서이다.

특히 소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있다. 자금성수기에 수금은 제대로
안되고 자금을 조달하기도 쉽지않다. 금융실명제의 영향을 받고있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있는 산업기계 전문업체인 S사의 김동준 사장은
추석전까지 3천만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상여금도 줘야하고 밀린 부품대금
도 추석전에 결제해야 한다.

매월말에 통상 1천만원정도의 자금이 있으면 버틸수 있었으나 추석과 월말
이 겹친 이번에는 3배에 이르는 자금이 필요하다는게 김사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김사장은 현재 5백만원의 자금만을 확보하고있다. 어려울 때마다
친인척에게 기대왔지만 최근들어 중소기업 부도가 늘고 실명제이후
자금회전이 여의치않아 선뜻 돈을 내주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김사장은
6천만원 상당의 재고가 있어도 급전이 필요할 땐 무용지물이라며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집사람에게 돈을 융통해보라고 거듭 말하지만 이것조차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울상을 짓는다.

<>종업원들의 이해를 구하며 상여금지급 자체를 연기하거나 일부만을 지급
하는 사례도 많다.

경기도 김포소재 K전기 이사장은 해마다 추석전에 1백%의 상여금을 지급해
왔으나 제품납품후 받은 어음할인이 제대로 되지않아 이번엔 50%만 주기로
했다. 그대신 자금사정이 원활해지는대로 나머지를 추가로 지급키로 하고
종업원의 이해를 구했지만 한편으론 근로자들의 근로의욕이 저하될까봐
걱정이다.

이사장은 지급받은 어음가운데 은행할인 한도를 초과한 2천만원을 사채
시장등에서 할인해 써야할 판이나 이를 할인치 못해 우선 급한대로 상여금
을 줄이기로 한것. 특히 이사장은 월말 추석도 문제지만 내달 금융시장
여건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가급적 경비지출을 줄이며 사태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S섬유 문사장은 더욱 마음이 무겁다.
임가공업체인 이회사는 발주업체에서 25일째 제품을 가져가지않아 지난
15일에도 11명의 임금을 체불했으며 이번 추석에도 속수무책이어서 종업원
들을 볼 낯이 없다고 한다.

<>상여금을 못주는 일부 업체에서는 추석휴일을 하루 이틀씩 늘려 잡는
경우도 있다. 급한 일거리도 없거니와 영세업체 사장이 돈안들이고 인심
쓸수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중소업체들은 10월2일 토요일까지 합쳐 모두 5일을 쉴 계획이다.

그러나 경기 부천에 있는 D산업 K금형등 상당수 업체들이 귀성길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연휴 하루전인 28일부터 6일간 휴무하기로 했다. D산업
김사장은 종업원들이 일거리가 없으니 하루 더 쉬자는데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만큼 경기가 침체돼있다는 얘기다.

<>인력이탈의 부담이 있는 중소업체의 사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급전을 조달해 상여금을 지급하고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J공업 황사장은 타인담보로 거래은행으로부터 4천만원
의 운전자금을 대출받아 24일께 상여금을 일괄 지급할 계획이다. 다행히
은행 거래실적이 양호해 주거래 은행에서 편의를 봐준 결과이다.

부천에 있는 D산업의 경우도 월말 추석자금을 확보하기위해 23일 주거래
은행으로부터 2억원의 자금을 대출받기로 구두로 약속을 받았으나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기협중앙회에 설치된 중소기업 애로신고센터엔 추석이 다가올수록
자금난을 호소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특히 정부의 강력한 중소기업지원책에도 불구,갖가지 사소한 문제로
대출을 못받아 발을 동동 구르는 기업들이 많다.

경기도 포천의 건자재업체인 H사의 박모사장은 추석자금마련을 위해
거래은행에 긴급경영안정자금 2천만원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해 큰 걱정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신용카드대금 2천5백원이 연체된 사실이 있다는게
은행의 거절사유였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의 식품업체 D사와 광주소재 전자업체인 S사는 국세
체납후 이를 다 갚았으나 아직 1년이 경과하지 않았다며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지 못해 은행대출을 못 받고 있다.

기협은 이들 기업의 애로를 해결해주기 위해 해당은행과 신용보증기관에
선처를 요청하고 있으나 규정때문에 안된다는 답변만을 들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익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