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기가 될만한 유능하고 도덕적인 행정가란 어떤 사람일까?
지난 88년 미국행정학회(ASPA)에서 시도한 본보기기획(Exempiars
Project)에 근거를 둔 이책은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높은 도덕수준을
유지하고 소신껏 경륜을 편 산증인 11명을 소개한다.

"국가공무원의 품성과 지도력"이란 부제를 단 이책은 시대변천에따라
퇴색되어간 전통적 도덕률과 가치관을 재확인하면서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영웅의 모습을 학자와 실무자들에게 보여준다는 목적을 두고있다.

여러과정을 거친다음 선정된 이 11명의 공통점은 그들이 보여준
도덕적본보기,즉 덕행이다.

호머의 시를 시작으로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퀴나스 흄을 거쳐 미합중국
헌법제정자들의 현재에 이르기까지 덕행개념을 살피면서 그 정의를
내린다. 미 행정학회의 중론은 덕행이란 타고난것이아니라 깊은 생각과
행동으로 얻어지는것,이성적 사색과 분석이 아니라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어서 한장에 한사람씩 11명의 경력과 업적이 다루어진다.

제일 첫번째 인물은 1906년도 "식품과 의약품에 관한 법률"을 제안해
통과시킨 농무성 화학국장 하비 와일리. 그는 비교적 하위직에
있었으면서도 깨끗한 음식물과 의약품을 위해서 칼빈주의적 원칙,과학자적
성실성을 지키면서 작고 큰일에 관계없이 변하지않는 꾸준한 노력과
도덕성을 바탕으로 개혁운동을 폈다. 올바른 주장을 정당한 방법을통해
성취시키려는 그의 의지는 도덕적행정가이며 동시에 미국최초의
소비자대변인으로서의 면모를 돋보이게 해준다. 제3장에서는 대공황과
이어 펼쳐진 뉴딜정책을 통해 행정관리들의 역할이 돋보일수 있었던 시절
농무성차관을 지낸 폴 애플비의 생애가 소개된다. 그는 현역시절 유능하고
도덕적인 행정가로 추앙받았고 퇴임후에는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도덕성과
민주국가의 행정부" "복지국가를위한 행정부"등의 저서를 남겼다. 그가
세상을 떠난후 시라쿰스대학에서는 "행정부와 민주주의"란 책을 출판하여
모범적 행정가의 이론과 실제를 몸소 보여준 그를 추모,경의를 표했다.

제4장에서는 여러모로 비슷한 환경과 교육 경력을 지니고 권좌에 오른
두사람을 등장시켜 권력의 이용과 남용의 양극을 대비시킨다. 군인출신
정치가 조지 마샬과 FBI의 후버는 둘다 행정능력이 특출해서 출세가도를
달리게 되었고 전문적인 조직체를 헌신적으로 이끈 사람들이다. 권력의
이용과 인품의 비교를 통해서 권력을 가진 사람의 도덕적의무를 깊이있게
다루었다.

제5장에서는 역시 두 유능한 행정가의 행정스타일과 인품이 비교된다.
미국의 건설붐이 한창이었던 40년대에서부터 60년대에 이르기까지 뉴욕의
항만과 공항건설을 책임졌던 오스틴 로빈과 뉴욕의 다리와 터널 공원등의
건설책임자 로버트 모제스의 이야기이다. 고용과 토지수용 이전등의
문제와 공기 예산의 압박속에서 역량을 발휘해야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감동적이기도하다.

계속해서 서부로 가는 관문인 성 루이스의 세이트웨이아치를 완성시킨
국립공원원장과 보건교육분야에 괄목할만한 업적을 이룩하면서 동시에
여류행정가로서의 역할 모델을 정립시킨 두명의 여류행정가의 생애가
뒤따른다.

이밖에 워터게이트사건 당시 아치볼드 칼스특별검사를 해고하라는
닉슨대통령의 명령을 따르기보다는 사임의 길을 택했던 럭클스하우스가
있다.

딱딱한 음악이론을 공부하기보다는 음악을 감상하는 것이 더 좋듯,이책이
분석 정리한 이론보다는 선발된 주인공들의 전기자체가 더욱 감동적이다.
현재의 우리시대 정신과도 부합되는 시의적절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미웨스턴 퍼블리케이션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