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부근에서 한식집을 경영하는 김모씨(56)는 사정바람에 `달라진
세상''을 여러모로 느끼고 있지만 여즘엔 또 한가지 의아한 점이 생겼다.
으례 여름휴가철은 물론이고 한달에 간이 세금영수증을 10여장씩 가져가
던 낯익은 공무원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
`접대비를 카드로 결제토록 한 정부의 방침 이후 달라진 세태''라는 것을
김씨가 알아차리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부가 지금까지 영수증
처리가 일반화 돼 왔던 정부부처나 관공서의 접대비 지출을 지난 6월부터
카드로 대체하면서 인근 음식점에서 세금 계산서를 가져다 가짜 영수증으
로 판공비를 타내던 관행이 사라진 것이다.
"우선 고급술집이나 음식점엘 갈 수가 없어요. 카드로 끓고 영수증을 제
출해야 하기 때문에 가게 이름이 밝혀져 눈치가 보여서요"(서울시내 모구
청장)
회식 기안서만 작성하면 돈이 나오던 시절에는 장소나 액수에 부담없이
`먹고 마실 수'' 있었지만 지출근거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신용카드 사용은
분명 부담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일선 기관장들의 얘기다.
`판공비 카드 결제''가 가져온 변화는 이같은 `접대문화''의 변화 뿐만은
아니다. "`관내 목회자와의 간담회'' 등등 각종 명목을 붙여 회식 기안서를
올린뒤 돈이 나오면 절반쯤은 남겨 두었다가 직원들 휴가비도 주고 경조사
비에 보태 쓰기도 했는데 요즘은 통 여유가 없어 졌어요"
지난 7월 카드를 발급받았다는 서울시내 모 경철서장은 과거 관행화 됐
던 `판공비의 편법 지출''이 원천 봉쇄돼 "사정한파에 그나마 잔뜩 움츠러
있는데 판공비까지 마음대로 쓸 수 없어 품위 유지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서울시내 한 구청 세무과 직원은 "지난해만 해도 1인당 많게는 20만원,
적게는 5만원씩 여름 휴가비를 받았는데 이번 여름은 구두표 한장도 받지
못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