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5개년계획 내용이 거의 확정되어 마지막으로 계획서 집필을 위한 팀을
구성했다.

여기에는 남영우 종합계획 과장,이경식 재정금융 과장,투자계획 과장인
필자,손원일 경제조사 과장을 중심으로 이웅수 사무관(교통부 차관 역임),
이기중 사무관(후에 미국유학)등이 참여 했다.

66년 6월과 7월 두달동안 지금의 광화문 종합청사 뒤편에 있던 대원호텔에
투숙하면서 주야로 집필 작업을 강행했다. 호텔이라고 하지만 중급이하의
여관으로 날씨는 더운데 에어컨은 없고 일은 잘 진행되지않아 매우
답답했다.

우윤희 국장은 매일 출근하자마자 먼저 우리가 있는 작업실에 들러 일의
진행상황을 체크했지만 처음에는 거의 일이 진행되지 않아 몹시 당황해
하기도 했다. 솔직히 우리가 국장을 골려주기 위해 일부러 늑장을 부린
점도 없지 않았다.

모든 과정을 마치고 66년8월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아 2차
5개년계획이 확정 발표됐다. 계획작성이 끝나고 그 공로로 참여했던 몇
사람이 훈장을 받았는데 나는 홍조근정 훈장을 받았다.

2차 5개년계획은 4단계를 거쳐 작성되었다. 첫번째 단계는 계획작성 지침
이다. 지침은 초기 준비단계로서 경제기획국이 주로 담당하였다. 지침에
포함된 주요내용은

<>해외경제 여건의 전망을 분석 검토하고
<>한국경제의 예상되는 문제점을 제시하며
<>잠정적인 총량목표와 부문별 성장대안,그리고 잠정적인 총가용자원의
추정과 부문간 배분
<>주요 정책방향 등을 제시한 것

이었다. 또 여기에는 계획작성의 실무적인 지침으로 사용되는 모든 통계의
기준,계획 작성 양식 그리고 계획작성 일정등이 포함됐다.

이지침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재가를 받아 정부 관계부처및
국영기업체를 포함한 주요 기관에 시달됐다.

두번째 단계는 부문별 계획의 작성이다. 총량계획과 산업별 계량계획은
경제기획국이 외국전문가들과 공동으로 작성하고 산업별 투작계획은
관계부처및 관계기관에서 작성하였으며 민간부문 투자계획의 경우 민간경제
단체의 투자계획도 많이 활용했다.

산업별계획 작성을 관계부처에 맡긴것은 계획작업에 해당부처를 직접
참여케 함으로써 계획에 대한 인식을 높일뿐 아니라 집행단계에서 자기책임
하에 집행하도록 하게하기 위해서였다.

세번째 단계는 계획의 조정작업이다. 각부처에서 작성된 부문 계획안이
경제기획원에 제출되면 기획당국은 이들 부문계획을 총량계획과 맞추는
작업을 했다. 산업별계획은 대개 총가용자원의 범위를 훨씬 초과하였기
때문에 이를 삭감 조정하는 일이 매우 어려웠다.

네번째 단계는 조정된 부문계획과 총량계획의 모든 내용을 정리하고 각
부문의 정책을 확정짓는 일이다.

셋째 단계부터는 앞에서 얘기한 10시반회의가 자주열렸고 넷째 단계에서는
거의 매일 이회의가 개최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작성된 최종계획안은 각종
계획심의기구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재가를 받아 확정 발표됐다.

2차계획의 기술적인 특징은 1총량계획 2부문계획 3투자계획 4계획의 관리
와 집행의 네가지 축으로 되어있다. 첫째 총량계획은 저축-투자의 대내갭과
수출-수입의 대외갭을 균형시키는 소위 "투갭모형"(Two Gap Model)을 사용
했는데 이것은 아델만 교수가 개발했다.

아델만 교수는 여자교수로서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서 계량경제학을 강의
하였고 후에 버클리대학으로 옮겼다. 그당시 그는 40대 중반이었는데 몸이
뚱뚱한 편으로 마음좋은 중년부인같이 보였지만 학생지도나 일상생활이
깐깐하고 엄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