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 : 임강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교통계획>

우리사회가 직면한 교통난국은 인프라시설의 부족과 교통관리행정능력의
부재에서 기인되는 것이다. 도시교통이나 지역간 교통에 있어서 교통체증
및 교통사고의 심화가 우리의 경제사회발전상에 비추어 비정상으로 높다는데
대해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도로 철도 항만 공항등의 인프라시설이 절대적
으로 부족하고 질적으로도 낙후돼있을 뿐만아니라 이를 관리하는 행정기능도
뒤떨어져 있다. 이를 시급히 시정하지 못한다면 그동안 이룩해 놓은 경제
사회발전마저 지탱하기 힘들다는 위기감까지 든다.

교통체증으로 도로상에서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사회비용이 연간 4조원을
상회하고, 제조업 매출액에서 물류비용의 비중이 15%로 경쟁상대국 보다
2~3배 높은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자동차 교통사고로 발생되는
경제사회적비용은 연간 2조원수준으로 환산될 정도이다. 철도 항공부문에서
목격한 최근의 대형참사나 심각한 도로교통사고율등은 우리의 교통문제가
단순히 시설부족 뿐만아니라 사회발전속도를 도저히 뒤따르지 못하는 관리
행정능력의 부재에 있음을 확인케 한다.

새정부는 출범이전부터 이러한 교통부문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선과정에서
이미 제시한 공약과 관련하여 무언가 깊이있고 획기적인 교통쇄신정책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그동안 신경제계획으로 일컬어지는
일련의 정책과정을 지켜볼 때 교통부문에 관한한 부풀었던 꿈이 깨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정부는 내년예산에서 사회간접자본 부문 예산액을 올해보다 25%증액하여
배정하고 있다. 또 경부고속철도를 예정대로 완공할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나아가 호남고속철도의 건설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경부고속전철은
6공정부에서부터 장기간 이어져 온 사업으로 정부공신력의 차원에서
어떤형태로든 매듭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그러나 불연속적인 정책과정이
갑자기 발표된 호남고속전철로 또다시 꼬이게 되지않을까 우려된다.

철도교통은 우리처럼 고밀도사회에서 의존해야할 필수적 간선교통수단이다.
그러나 고속전철이 교통문제해결의 만능약이나 도깨비 방망이인 것처럼
과대선전되어서도 안된다. 그것은 우리의 교통현실이 km당 350억~400억원이
소요되는 고속전철을 건설하기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나 절박한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정책사업으로 결정된 경부고속전철과는 별도로 보다 보편성있고
절박한 민생교통을 위한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앞으로 고속전철이 개통되는날 지역간 교통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은
미래에 대한 긍정적 희망일 뿐이다. 우리는 TGV와 같은 양질의 최첨단
고속철도도 필요하지만 또 한편 철도망을 지금보다 2~3배 확장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다면 장기철도망 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하고 등급을 결정하여
철도노선의 개발계획을 체계있게 추진해야한다.

앞으로의 철도는 모두 고속화 전철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신설철도는
물론이고 기존철도도 모두 고속화 전철화하여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한국철도가 우리의 경제사회발전에 어울리지 않게 뒤떨어져 있음을
직시해야한다. 단선노선을 복선화하면 용량은 3~4배로 증대된다. 선로를
개량하여 고속화하고 또 전철화시키면 운행비용의 절감과 소통용량의
증대로 총체적 철도효율은약25%이상 증대된다. 따라서 고속전철을
비롯하여 고속화,전철화,고속전철화,그리고 복선화등의 모든 철도사업은
국토개발과 산업입지를 고려한 철도망기본계획의 차원에서 수행되어야
한다. 참고로 기존철도의 이러한 건설에 소요되는 경비는 당
약50억~100억원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경제의 교통부문계획은 6공시기와는 달리 교통부문투자의 비중을 크게
강화시키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정책기조에 있어서는 크게
개선된것이 없다. 신경제5개년계획의 사회간접부문예산 48조원중
도시지하철사업분 12조원은 분류상의 계상에 불과하다. 경부고속전철사업은
국가정책사업으로 일반 민생교통사업과 구분할때 앞으로 긴박하게 전개될
일반교통문제해결을 위한 사업예산규모로는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일
것이다.

교통문제는 경제사회문제뿐만 아니라 특히 국토이용상의 파급효과가
긴밀하기 때문에 국가적 교통개발정책목표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가계획차원에서 추진되는 사업은 각계층의 사항을 충분히 수렴하여
최대공약수로서 결정되어야 하고 이러한 결정과정에서 계획의 정통성과
예측성이 확립되는 것이다.

그러나 경부고속전철과 같은 우리나라 간선교통축의 계획이 6공정부
당시의 타성에 의해 내용이 변경되고 있다. 예산절감을 이유로 대도시
지역의 지하구간 노선이 하루아침에 지상노선으로 변경되는가 하면 배후
이용인구가 2,000만명에 달하는 중차대한 수도권 역사입지가 당초
추진당국의 졸속계획으로 아직껏 확정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고속전철 역사는 본선노선의 건설 이상으로 중대한 문제이다. 그런만큼
대도시 광역교통체계의 관점에서 종합계획되어야 함에도 이러한 과정을
뛰어넘은 결과 야기된 현안들을 현 시점에서 어떻게 해결할지 심히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