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쿠노 대관소가 점령 당했다는 급보에 접한 히메지(희로)이스시(출석)
도요오카(풍강)등 주변의 여러 번들은 즉시 반도(반도)를 진압하기 위해
출병했다.

그러자 이쿠노 대관소에 본진을 설치한 거병 수뇌부는 숨 돌릴 사이도
없이 다시 다음 작전을 위한 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그 회의는 작전
계획을 짠다기보다도 사방에서 몰려오는 번군을 맞아 싸울 것인가,어쩔
건가 하는 문제로 입씨름들을 하게 되었다.

싸우면 진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맞선다는 것은 불을 보고 뛰어드는
나방이와 다를 바 없으니,일단 이것으로 해산을 하는 게 옳다는 의견과
처음부터 죽음을 각오하고 봉기를 감행한 터이니 끝까지 싸워서 전원
옥쇄(옥쇄)를 하는 게 떳떳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서 쉽사리 결론이
나지가 않았다. 주장인 사와는 애당초 무모한 거병이니 후일을 기하자고
했던 터이라,해산 쪽이었다.

두 주장을 묵묵히 듣고만 있던 히라노가 입을 열었다.

"설령 우리가 여기에서 해산을 한다 하더라도 우리의 거병은 결코 무의미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막부 타도전의 "사키가케"(선구)가 된 것이지요.
이쿠노의 대관소를 점령했었다는 사실이 온 천하에 알려질 것이니,
그것만으로도 일단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어요. 역사에 남는다
그겁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각자가 알아서 행동하는 게 어떨까요?"
"아니,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하는 거요?"
히라노의 뜻밖의 말에 냅다 핏대를 세우며 나선 것은 가와카미야이치
(하상미시)였다. 항쟁파인 그는 히라노를 서슴없이 정면으로 공박해댔다.

"이정도에서 물러설 바에야 애당초 거병을 안하는 게 나았을 거요.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비웃을 게 아니냐 말이오. 목숨이 아까워서 일을
일으키자마자 삼십육계를 놓았다고.그래가지고 어떻게 역사에 남는다는
거요? 남는다면 비겁한 무리로 남을 거요" "내 참뜻을 오해하시는구려.
일단 성공을 거두었으니,살아서 다시 다음 기회를 기다리자는 거라오.
여기서 죽어버리면 도막이고 존황이고 다 소용없는 거 아니겠소?" "듣기
싫어요. 도망가려거든 가시구려. 우리는 남아서 끝까지 싸울 거요.
그래서 성충조의 지사들이 흘린 피의 뒤를 잇겠소" "각자가 자기의
소신대로 행동하기로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