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따라 서쪽으로"
필자를 포함한 아구답사단 4명은 작년 3월부터 금년 2월까지 11개월간
육지의 동쪽끝인 우리나라의 포항 장지곶에서 서쪽끝인 포르투갈의
카보다로카까지 7만km를 달렸다.

"아무도 못말리는 역마살띠"의 네사람은 여행가 김찬삼 교수(서울여행협회
고문)신재동씨(서울여행협회 부회장)엄재량씨(세바스 회장)와 홍일점인
필자.

모두 해를 따라 서쪽끝까지 가보자는데 의견을 같이한 여행광들이다.

김교수가 단장을 맡아 총괄역할을 담당했고 신부회장이 총무를,엄회장이
차량을,필자가 답사단의 기획업무를 맡았다.

우리넷은 작년 3월28일 인천을 출발해 산동성의 위해에 닿으면서 장도에
올랐다.

산동성 산서성을 비롯해 하남 하북 협서 감숙등 9개성을 거쳐 진령을 넘고
천산남로와 북로,타크라마칸사막,고비탄과 타림분지를 정신없이 지나쳤다.

곤륜산맥의 풍화산구와 당고라산구,그리고 히말라야의 간지스설산을 넘어
네팔로 간것이 작년 6월20일이었다.

이때부터 9월중순까지 인도 파키스탄 이란등지를 답사했다.

유엔에 우리나라와 동시가입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3
국을 지나 스칸디나비아반도를 지그재그로 북상한 끝에 지구의 최북단인
노르드캅에 닿은때는 한낮인데도 밤처럼 어두운 작년 11월13일이었다.

이어 다시 남하하던중 룩셈부르크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천신만고끝에 스페인을 지나 포르투갈의 카보다로카에 이르렀으니 이곳
석비에는 이렇게 씌어있다. "이곳이 육지의 끝이요 바다의 시작이다"
이제 더이상 해를 따라 서쪽으로 갈수는 없다. 우리들을 실어나른
갤로퍼지프차들은 카보다로카 절벽전방 2 앞에 정차시켰다.

이번 여행에서는 지프차외에 눈썰매 눈탱크 또 순록썰매와 개썰매 등
기후조건에 따라 다양한 교통수단이 동원돼 우리들의 기분을 새롭게 했다.

이국의 정취에 젖어 꿈처럼 지난 순간들이 많았지만 생과 사를 넘어서는
숨가뿐 때도 헤아릴수 없이 많았다.

해발6천 이상의 험산준령과 영하30도의 북내륙,그리고 영상50도가 넘는
열사지역등이 우리를 한계상황으로 몰기도 했으나 서로를 격려하며 고비를
넘겼다.

이러한 인고의 나날들이 모여 38개국 7만 의 대장정을 마칠수 있었다.

대원들은 가족처럼 느껴졌고 남편이 먼 옛날에 간직한 첫사랑의 연인처럼
그리웠다. 참으로 긴 날들이었다.

여신의 각별한 보살핌으로 무사히 임무를 마친 세남자는 수척한 얼굴에
더부룩한 수염을 쓸어내리며 어색한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조회장 다시 한번 더 갑시다" 다정한 속삭임과 마지막 포옹으로 작별을
고한 나는 깊은 잠에 빠졌다.

이 모든것이 벌써 과거의 일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