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한 약속은 아들 이삭이 사라의 몸에서
태어남으로써 성취되었다. 아브라함은 이때 이미 100세,사라는 90세였다.
주위의 사람들이 의심에 찬 눈으로 이삭의 출생비밀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이삭은 아버지 아브라함을 빼어나게 닮았고 산모 사라의 젖은 넘쳐흘렀다.
사라의 젖을 나누어먹고 자란 이교도의 어린이들은 뒷날 유태교로 개종,
이방인중에서 의인이 되었다. ("창세기 랍기"53)

그러나 아브라함에게는 이삭 외에도 또하나의 아들이 있었다. 아브라함과
사라의 여종 하갈(이집트인)사이에서 태어난 이스마엘은 이미 열세살의
소년이었다.

이스라엘인들은 이삭을 통해 신앙의 조상 아브라함을 만났지만,아랍인들은
이스마엘의 장자위치를 내세워 정통성을 주장해왔다. 큰아들 이스마엘의
핏줄을 이어받은 아랍인들은 그들이 곧 아브라함의 후예임을 고집하고
있으며 이삭의 자손인 유태인들은 서출 이스마엘을 인정하지 않아 적대의
벽을 두터히 해왔다.

유태인과 아랍인은 영원한 타인으로 갈라선 것이다. 아브라함이 175세에
생을 마쳤을때 두 아들 이스마엘과 이삭은 정중히 사라가 묻혀 있는 막벨라
동굴에 그를 장사지냈다.

유태교의 랍비들은 이 장례를 두고 두 민족의 화해를 점쳤으나 두
민족간의 증오의 골은 깊어만 갔다.

2천년을 망국의 민족으로 전세계에 흩어져 살아온 이스라엘민족과
이스라엘 건국(1948)이후 반세기간을 국토회복을 위해 싸워온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 화해의 낌새가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 내각은 엊그제 팔레스타인인들이 집중 거주하는 요르단강 서안의
예리코시와 지중해 연안의 가자지구에 대한 팔레스타인 자치구설치
잠정안을 승인했다. 팔레스타인측도 그들의 해방기구 PLO를 창설 29년만에
해체할 뜻을 굳히고 있다. 앞으로도 건너야할 강이 수없이 가로놓여
있긴하나 반세기간의 피비린내 나는 증오의 역사에 끝장이 보인다는 점에서
전세계의 환영을 받고있다.

아브라함을 장사지내던 형제사이의 따스한 피가 두민족사이에 통하는
역사적인 장면이다. 샴페인을 떠뜨리면서 뻔질나게 상대방을 오가면서도
별 효험도 거두지 못한 외화내빈의 어떤나라 회담보다는 북극의 한촌에서
거둔 조용한 교섭의 열매이기에 더욱 빛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