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업계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실시한 국세청이 해외사무소를 통
한 외화유출 혐의에 대해서는 외국에서의 조사활동 한계 등 때문에 카지
노쪽이 제출한 해외사무소 장부만을 토대로 겉핥기 조사를 한 데 그친 것
으로 나타났다.
또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88.89년 수입누락액 및 카지노 비
호세력의 실체를 밝혀둘 수입누락액의 사용처도 국세청의 의지만 있었다
면 충분히 조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검찰
의 철저한 수사가 요구되고 있다.
<> 외화유출 조사 한계=국세청의 한 고위관계자는 29일 "카지노의 외
화유출 혐의에 대해서는 해외사무소의 장부를 영치하는 등의 방법을 쓰지
못하고 카지노쪽에서 내놓은 장부만을 조사하는 데 그쳤다"고 이번 세무
조사의 한계를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국세청이 해외에서 조사활동을 할 권한이 없기 때
문에 불가피했다"며 "이런 한계 때문에 외화 해외유출 혐의에 대해서는
엄밀한 조사를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카지노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카지노업소 매출액의 상당부분은 카지노
에서 외상거래를 하고 해외사무소에서 돈을 지급받는 이른바 `장부거래''
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이번 국세청 조사에서는 이런 실태가 전혀 규명되
지 못했다.
특히 외국의 `큰손''고객들의 경우 외상거래를 통한 도박규모가 한차례
에 수억원대에 이르며, 야쿠자 등 해외폭력조직의 힘을 빌려 도박빚을 되
돌려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어서 앞으로 이에 대
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요망되고 있다.
<> 88.89년 탈루액=국세청은 세무조사 결과 발표 때 "관련장부가 없
어져 애초 조사대상으로 삼았던 88.89년도의 매출누락 부분은 조사하지
못하고 90년부터 3년 동안의 조사에 한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세청이 매출누락액을 밝혀낸 것은 장부조사를 통해서가 아니
라 카지노쪽의 암호가 배서된 수표를 거래은행에서 찾아낸 뒤 가명계좌를
추적해 이루어진 것으로 밝혀져 "장부가 없어 조사대상에서 제외했다"
는 국세청의 발표는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이에 따라 국세청 안팎에서는 은행의 수표보관 의무연한이 5년인 점에
비추어 국세청이 의지만 있었다면 조세시효인 88.89년을 포함한 5년 동
안의 매출누락액을 모두 밝혀낼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세청 조사 자체가 수표로 입금된 매출액만을 대상으로 삼
았을 뿐 현금 입출금에 대해서는 전혀 손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검찰 수사과정에서의 추가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카지노 비호세력 규명=국세청이 이번 세무조사 결과 발표에서 카지
노업체들이 수입누락시킨 3백98억원의 쓰임처를 자세히 밝히지 않은 것도
미심쩍은 대목이다.
수입누락액의 사용처는 카지노 비호세력의 실체와 유력인사의 지분소유
여부를 밝혀내는 핵심 열쇠인데도 국세청은 증자자금 및 배당금의 출처만
을 조사한 뒤 "수입누락액의 대부분이 계열사 인수비나 골프장 건설비,
회사 증자자금으로 쓰였을 뿐 다른 용도로 쓰인 것은 없다"고 성급히 단
정지었다.
그러나 국세청의 이런 태도는 지난 6월초 포항제철 세무조사 당시 탈루
액은 물론 포철 계열사와 협력사에서 박태준씨에게 흘러들어간 돈(56억원
)의 규모를 밝혀낸 것과는 크게 대조적인 것이다. 이에 따라 국세청이 비
호세력의 실체와 유력인사의 지분소유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꺼려 고의적
으로 수입누락분에 대한 자금추적을 피한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