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러시아의 표트르대제 치세때에는 이득발안자라는 기발한 직업이
있었다. 이 직업은 국가가 세금을 긁어 들이는데 새 아이디어를 전문적
으로 연구해 내는 일을 했다. 요즈음으로 말하면 조세정책을 입안하는 관리
에 해당된다고도 할수 있다.

새 아이디어를 내놓아 채택된 발안자는 출세의 길이 열렸다. 일개 농노
로서 상공국장과 부지사의 높은 관직에까지 오른 쿨란토프라는 자는
독수리인지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이 출세의 계기가 되었다. 이 아이디어
때문에 모자를 쓰는데도 세금이 부과되는가 하면 빨래를 하는데도 세금이
붙었고 심지어는 턱수염에도 세금이 부과되었다.

절대적인 권력을 마음껏 휘두른 전제군주 치하에서 있었던 일이긴 하나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는 세목들이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발전된다면
몸의 모든 부위나 옷 신발 가릴것 없이 세금이 부과될수 있었으리라는
상상도 쉽게 떠올려 진다. 백성을 수탈하는 수단치고는 극치에 이른
것이다.

맹자는 일찍이 형벌을 가볍게 하고 세렴 을 박하게 하는 것이 인정의
근본이라고 했다. 형벌이 번거로우면 백성의 원망과 고통이 많아 인자로움
을 해치고 세금이 무거우면 백성의 기름과 피가 말라 인자로움에 해롭다는
것이다.

오랜 옛날의 절대왕정 체제하에서나,오늘날의 자유민주 체제하에서나 국민
의 세금부담을 가벼이 해야한다는 원칙에는 흔들림이 없다. 백성이나 국민
이 부유한 삶을 누릴수 없게 되면 나라의 부강도 있을수 없다는 진리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복지국가의 기능이 다양화 되면서 그 재원확보 방안으로
새로운 세목을 추가할 때마다 납세자들의 저항에 부닥치곤 한다. 담세자들
의 입장에서는 직접적으로 반대급부를 받거나 눈에 보이는 이득이 되돌아
오지 않는 세금이니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

요즘 정부의 몇개 부처가 각종 재원을 마련할 목적으로 갖가지 이름의
세목을 신설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출국세 숙박세 LNG특별소비세 소주
교육세 등이다.

서울 사람들의 경우 현재 물고 있는 22개세목의 세금에다 신설세금이
가세한다면 가히 "세금 특별시"라는 별명이 붙어도 될만 하다.

"팔의 굵기에 따라서 피를 뽑는다"는 프랑스의 속담을 음미해 보아야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