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 : 이준구 서울대 교수. 경제학>

지난 회에 낸 문제를 다시한번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같다. 독자가
홍씨라는 사람과 미리 정해진 금액의 돈을 갈라 가지는 게임을 하는데,
어떻게 가를것이냐에 대해 한사람이 제의한것을 상대방이 받아들이면
게임이 거기서 끝나지만,거부하면 상대방이 새방법을 제시하여 다음
라운드로 접오들게 된다. 이게임은 세번째 라운드까지 계속할수 있으며
첫라운드에서는 갈라 가질수 있는 금액이 1백만원인데 그다음에는 50만원
25만원의 순서로 줄어들게 되어있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라운드에서의
제의는 최후통첩이 되어 바로 그방법대로 돈을 나누게 된다.

전에 힌트를 준바와 같이,독자가 제3라운드에서 제의를 할경우에는 25만을
다 갖겠다고 말할것이 분명하다. 상대방이 제2라운드에서 게임을 끝마치고
싶으면 25만원보다 조금이라도 큰액수를 독자에게 제의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독자가 24만원을 갖고 자신은 26만원을 갖자고 제의하면 독자는
당연히 이를 거부하고 제3라운드로 가려 할것이다. 제2라운드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면 자신의 몫은 하나도 남지 않게될 것을 아는 상대방이 독자에게
25만1원을 주고 자신이 24만9,999원을 갖겠다는 제의를 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독자가 제1라운드에서 상대방에게 25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할때
두사람은 바로 합의에 도달할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와같은 논리적 과정을 통해 첫라운드에서 독자가 최대한으로 요구할수
있는 자신의 몫은 75만원이 된다는 답을 얻을수 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에게 실험적으로 이와 비슷한 게임을 하도록 했더니
제1라운드의 제안을 하면서 자신이 가질수있는 최대한의 금액을 요구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미국 프린스톤대학교의 학부학생
40명을 상대로 실험을 한결과에 의하면 이 최대한의 금액을 요구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으며 반이 넘는 28명이 공평하게 반반씩 가르자는 제의를
했다고 한다. 이 실험결과는 사람들이 셀제의 상황에서는 이론적으로
예측하는 바와 다르게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시사해주고 있다.

독자들중에는 경제학자가 왜 이와 같은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느냐고
의아해 하는 사람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 게임이 예컨대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내년도의 임금을 놓고 협상하는 과정을 추상화하여 보여주고
있는것이라는 사실을 알면 그와같은 의문은 저절로 해소되리라고 믿는다.
그 밖에도 어떤 물건을 놓고 얼마를 받아야 한다는 상인과 얼마만 내겠다는
손님 사이의 관계같이, 이게임과 미슷한 구조를 가지는 현실의 사례는
얼마든지 많을수 있다. 실제의 세계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예에서 본바와 같은 추상화의 작업을 거쳐야만 한다.
그러나 경제학이 추상화의 정도를 날로 더해감에 따라 일반 사람들에게는
요즈음의 경제학자들이 버라별 괴상한 문제들을 가지고 요란을 떠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