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 8월 제주도 남제주군 대정읍 송악산 `섯알오름''에서 집단으로
사살된 양민 1백32명의 위령비가 세워진다.
섯알오름 집단학살사건 희생자 23일 공동으로 1백32명의 시신이 묻힌
안덕면 사계리 공동묘지에서 위령비 제막식을 갖는다.
이들 희생자들은 한국전쟁발발 직후 예비검속이라는 명분으로 군 경에
의해 연행된 뒤 50년 8월 20일(음력 7월 7일) 새벽 일제시대 탄약고 터인
섯알오름으로 끌려가 집단총살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면서기 교사 부녀자 등 무고한 양민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당시 유족들은 학살사실을 전해듣고 현장으로 달려갔으나 총을 들이 댄
경찰의 위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가 6년 8개월이 지난 57년 4월에야 비로
소 학살터에 묻힌 뼈등을 발굴해 2km 떨어진 사계리공동묘지에 묘역을 조
성했다.
이때 유족들은 발굴된 뼈가 한꺼번에 뒤엉켜 나와 시신을 구분하지 못
하자 지난 60년 `누구의 할아버지인지 알 수가 없어 같은 무덤에 같은 날
제사를 지내니 한자손이 모시는 것과 다름없다''는 뜻의 백조일손지묘라는
이름을 붙여 비석을 세웠다.
그러나 이 비석은 5.16군사쿠데타 직후 경찰이 동원한 인부들에 의해
부서졌으며 희생자들은 또다시 이념의 굴레 속에 파묻히게 됐다.
섯알오름 학살사건유족인 이도식씨(44.남제주군 대정읍 하모리)는 "위
령비 건립은 당시 희생된 조상의 넋을 위로하는 공개적인 첫 행사이다"며
"앞으로 집단학살 진상조사와 명예회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