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이 이젠 금융실명제 내용을 잘 이해하시고 안내하는대로 불만
없이 따라주세요. 실명제가 차츰 자리를 잡아가는것 같아 개인적으로도
기쁩니다"
한일은행 본점 예금계 창구에 근무하는 천은주씨(23)는 실명제 실시직후
며칠간은 익숙지 않은 실명확인에 짜증을 내는 손님도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은행을 찾는 사람들이 실명제 지침내용을 창구직원보다 더 잘알고
있어 사소한 창구마찰등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도 자녀명의 통장의 실명전환이라든가 실명전환후 소득세
추징문제등에 대한 창구문의는 여전합니다. 특히 남편 모르게 갖고 있던
통장을 들고와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호소하는 주부들이 생각보다 많아
놀랐습니다"
또 동창회나 계모임등 사적인 단체명의 계좌나 세례명등을 기재한 통장의
명의변경이 심심치 않게 있을뿐 거액 가명계좌의 실명전환은 한번도 처리해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창구에서 보기엔 실명제 파장이 생각처럼 심각하지 않다는게
솔직한 느낌이란다.

"가명계좌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고객입장에선 첫 거래때 주민
등록증만 한번 제시하시면 되거든요. 그 외엔 종전과 바뀐게 하나도
없잖아요. 물론 아직까진 비실명계좌의 실명전환이 많지않아 조용한지
몰라도요"
그러나 실명제 이후 실명확인등을 위해 은행을 찾는 고객이 평소보다
2배정도 는데다 퇴근시간도 1시간정도 늦어져 집에 돌아갈땐 녹초가 되는
것만이 "실명시대"에 개인적으로 달라진 것이라고 말하는 천씨는 실명제
현장의 최일선에서 일한다는 사명감에 피곤한 것도 잊고 근무한다며
환하게 웃는다.
<차병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