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 실시이후 서울 명동 사채시장이 크게 위축된 데 이어 그동안
영세상인 및 직장인들을 상대로 신용카드를 이용, 사채업을 해오던 이른바
카드사채업자들도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서울 강남의 신사동, 여의도, 신설동 일대에 몰려있는 1백여 카드사채업
소들은 실명제실시 발표 이후 대부분의 업체들이 문을 닫거나 전업을 준비
중이다.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직장인들을 상대로 지난 89년부터 카드사채업을 해
오던 D기획의 이모씨(33)는 "실명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 신용카드를 이
용한 사채업이 사실상 힘들어질 것 같다"며 "같은 빌딩내에 세들어 있는 1
0여명의 다른 사채업자들도 전업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신사동에서 중소규모의 유흥업소를 상대로 지난 87년부터 카드사채를
해오던 박모씨(48)는 "은행의 가명계좌에 분산해 놓은 사채자금이 대부분
묶여 있는 상태라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이미 풀어놓은
사채만 회수되면 문을 닫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드 사채업자들은 그동안 돈을 구하러 온 사람이 신용카드를 가지고 오면
자신들이 허위로 등록해 놓은 가맹점에 고객이 물건을 산 것처럼 가짜매출
을 올리고 선이자를 뗀 후 돈을 빌려줘 왔지만 실명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
면 돈의 흐름이 노출돼 유명무실한 가맹점의 유지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