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은 "오노러블(.honorable),상공자원부 장관은
"컬러풀(fcolorful),재무부장관은"파워풀(powerful)이라는 말이 있다.

부총리는 실권은 별로 없지만 경제팀 수장으로서의 "명예"를
누리고,상공자원부장관은 이곳 저곳에서 생색을 내 "화려한"자리이며,
재무부장관은 실질적인 권한을 틀어쥐고 있어 "막강한"자리라는 뜻이다.
부총리가 큰소리를 치고 상공자원장관이 선심성 약속을 터뜨리고 다녀도
재무 장관이 결심을 하지않으면 되는 일이 없는것도 사실이다. 재무장관이
역시 노른자위라는 얘기다.

은행등 금융기관을 거느려 돈줄을 쥐고 있는데다 세제까지 가지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죽이고 살릴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수립의
마지막 마무리도 실질적으로 재무부에서 이루어진다. 국가경제를
끌고가는데 필요한 "당근과 채찍"을 모두 재무부가 쥐고있다는 뜻이다.

재무부 직원들이 잘만 버티면 못돼도 금융기관 임원자리 정도는 보장받는
것도 이같은 힘이 배경이다. 특히 재무장관은 통치권자와 지근거리에서
정치와 경제의 가교역할을 하는 "실세"이게 마련이기도 하다. 정권과
연계된 비리사건이 터지면 반드시 재무장관이 연루되고 5,6공시절의
역대재무장관들이 줄줄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이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무부 관리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어느 집단보다 엘리트들이
많이모여 있기도 하다. 선후배간의 "의리"도 남다르게 끈끈하다. 흔히들
재무부 사람들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거나 잘난체한다고들 하지만 이에
별로 개의치 않는등 콧대도 세다.

그런데 이런 "대단한" 재무부가 요즘들어 휘청거리고 있다. 그렇지않아도
금융자율화등으로 위세가 예전같지 않게 된데다 국제그룹해체
위헌결정,토지초과이득세 대폭 수정,5.8조치 관련소송 패소등으로 동네북이
돼 있는 탓이다.

의리.자부심 대단
재무부에 가장 치명적인 일격을 가한것은 역시 국제사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법적 근거"도 없이 공권력을 남용한 당국과 당국자가
돼버렸다. 권력형 비리사건의 주모자가 된 셈이어서 꼴이 말이 아니게
됐다.

롯데월드 부지는 비업무용토지가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로 또한번 체면을
깎였다. 애초부터 초법적인 월권행위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기업들이
겁없이 재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겠느냐는게 그들의 생각이었고 실제로
소송을 내려던 일부 그룹은 "압력"에 눌려 포기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소송은 제기됐고 재무부는 졌다. 천하의 재무부도 법 앞에는 어쩔수
없다는 현실을 실감할수 밖에 없었다.

당정간의 이견으로 비춰져 귀추가 주목되던 토초세개정 논란에서도
재무부는 완패했다. 민자당이 맨처음 토초세법 시행령개정을 들고 나왔을
때만 해도 재무부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이었다. 말썽이 나는 것마다
모조리 빼자는 것도 그렇지만 시행령을 고쳐 소급적용 하겠다는 논리도
어불성설이라며 일축했다.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코앞에 두고 민원이
비등하니까 한번 외쳐보는 정치적 구호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결론은 대폭
수정으로 귀결됐다. 그것도 완강히 거부하던 재무부가 발표를 맡는
조건으로 말이다.

요즘들어 이렇게 집중타를 얻어맞지 않더라도 재무부의 영화는 이미
"희미한 옛사랑"의 추억으로 흐려지고 있는 중이었다. 은행장선임
자율화로 은행 인사와 경영에 입김이 먹혀들 소지가 없어졌고 금융기관
노조가 극성을 부려 임원자리 하나 얻는 것도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행정규제완화로 이것저것 다 놓아버려 금융기관들이 관리들 눈치볼 일도
별로 남지 않았다.

법앞엔 어쩔수없다
당연히 재무부 사람들은 옛시절을 그리워 할수밖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맛보던 집단의 사람들이기에 그들이 느끼는 금단현상도 남다르리라.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런 와중에서 재무부도 어쩔수 없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만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