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당시 전두환대통령이 사기업인 국제그룹을 초법적으로 해체토록
지시한 것은 위헌"이란 헌재의 결정은 대통령의 권한 행사도 법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처음 확인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특히 헌재는 이번 사건선고에서 기업자율의 원칙과 경영불간섭의 원칙은
헌법수호차원에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경제질서에 큰 획을 그었다.

헌재의 위헌결정 요지는 한마디로 "법은 만민앞에 평등하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대통령 재무부장관 기타 어떠한 공권력도 법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5공정권의 국제그룹해체라는 통치행위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불법행위였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법보다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더 영향력을 발휘했던 5공의 부실기업
정리가 얼마나 부실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헌재는 부실기업의 처리방법에 대해<>파산절차<>은행관리<>법정관리
<>부도처리후 경매<>경영권인수<>경영주 주식매각을 통한 자구노력등의
정상화방안이 있다고 예시했다.

그러나 이중에서 어느 방법을 선택하든 그것은 은행의 채권채무회수에
관한 "사적자치의 영역"이라고 못박았다.

원칙상 제3자인 공권력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헌법은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경제체제를 천명하고
있다"며 "기업의 생성 발전 소멸은 어디까지나 기업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더욱이 헌법 1백26조는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긴급한 필요로 인해
법률이 정한 경우를 제외하곤 사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수 없다"고 규정,사기업에대한 경영불간섭 원칙을
보장했다는게 재판부 설명이다.

예외없는 원칙이 없듯이 헌재는 부실기업에 개입하는 예외적인 경우를
법률에 근거하거나 부실기업으로 인해 국가의 중대한 재정상 경제상 위기에
처했을때 발하는 긴급명령에 따랐을 때로 한정했다.

헌재는 이같은 합법적 조치없이 공권력이 부실기업을 칼질하는것은
기업자유의 질서를 깬다고 판단했다.

이와관련,헌재는 "공권력의 가부장적 개입은 기업 스스로 문제해결의
능력,즉 자생력만 마비시켜 시장경제 원리에의 적응력을 위축시킬
뿐"이라고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강조했다.

법조계는 이와관련,헌재가 유난히 기업자율을 강조한것은 자율화 개방화
국제화를 추구하는 새정부의 정책방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의미있는 분석도
하고있다.

국제그룹해체 헌법소원 사건이 제기된것은 지난 89년2월.

헌재가 비록 선언적 규정이긴 하나 사건접수일로부터 1백80일안에 결정을
선고해야 한다는 법규정상 기간을 넘긴것만 볼때 헌재의 고뇌가 엿보인다.

결국 5공의 연장선상인 6공하에선 위헌여부결정이 껄끄러웠으나
문민정권으로 바뀌면서 과감히 위헌쪽으로 굳혔다는 얘기가 설득력이 있다.

헌재의 위헌결정은 앞으로 김영삼정부의 통치행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신정부 출범직후 있었던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가 현행 법률제정 이전에
초법적으로 이뤄져 당시 위헌여부 논란이 있었다.

헌법학자들은 지금까지 행정부 특히 대통령에 기울어져왔던
행정.입법.사법의 견제균형원리가 이번 결정으로 제모습을 찾을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중심제이더라도 모든 정책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만든 법률에
기초해 집행되고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결정은 기업인들에게 자율경영 의지를 북돋워줬다는 점에서
경제계의 큰환영을 받고있다.

<정구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