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많고 말도 많은 무역특계자금이 97년말에 폐지될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상공자원부의 구상인즉 특계자금 대신 3,000억원 규모의
무역진흥기금을 새로 조성해서 98년부터는 그 운용수익으로 무역진흥에
직결되는 사업에만 중점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당국은 이런 조치를
새정부의 개혁과 경제행정 규제완화차원에서 단행하려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일단 수긍함직한 방향이다. 다만 구체적인
시행방법에는 문제가 없지 않으며 이점 앞으로 정부와 업계가 원만한
합의로 해답을 구해야할 과제이다.

무역특계자금과 관련해서는 그간 많은 문제가 있었던게 사실이다.
무역업계는 준조세성격의 징수자체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운용의 무원칙성과 방만함이었다. 엄연한 민간자금인데도
관이 마치 정부 "쌈짓돈"인양 마음대로 주물러왔고 무역진흥과 직접
관련없는 용도에 마구 써왔다. 지난 89년 국회의원 뇌물외유사건과의
연루는 한가지 단적인 예예다.

하지만 이런것들이 폐지이유가 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내외여건과
제반환경이 이젠 없앨 때가 온 것이다. 선진국들의 시선이 곱지않아
통상마찰의 요인이 될 소지가 많아졌고 98년부터는 무역업이 신고제로
전환되어 제도상으로 징수자체가 어려워질 예정이다.

특계자금대신 진흥기금을 신설하려는 것은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무역분야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점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기금의 성격과 운용방법이다.

이 기금은 전적으로 민간의 돈이며 따라서 무역업계가 자율적으로
시장개척과 교역확대등에 사용할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시시콜콜
개입해서 쓰고는 이제와서 방만운용을 문제삼아 아예 제도적으로 관기금화
하려는 생각은 앞뒤가 안맞는다. 또 통상마찰의 빌미를 자초할 위험도
있다.

올바른 운용을 위해 정부가 업계에 조언을 하거나 필요한 지원을 베푸는건
무방하다. 그러나 노골적인 개입은 곤란하다. 지금도 그래야하지만
자율화 국제화 개방화가 더욱더 진전될 97년말 특계자금폐지이후는 민간의
자율이 더 확대돼야 한다.

특계자금이 69년이후 지난 4반세기동안 한국의 수출진흥과 국내외
무역기반확충에 기여한 유.무형의 업적은 일단 평가하면서 개선과 발전적
전환을 추구해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