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운이 좋게도 "런던 마라톤"을 직접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연도에 서서 골인지점이 얼마남지 않은 곳을 통과하는 선수들에게 열렬한
성원을 보내고 있는 많은 시민들이나 선두그룹이 아닌데도 땀을 뻘뻘
흘리며 뛰는 선수들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고 멋지게 보였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많은 선수들이 각양각색으로 차린 옷매무새였다. 어떤
선수는 인디언 복장을 했고 어떤 선수는 중세 무사의 복장으로 활과 활통을
등에메고 달리는가 하면 상체를 속옷차림으로 뛰는 여자선수도 있었다.

이 마라톤대회는 참가한 선수들은 물론 구경하는 사람들에게도 엄격한
룰에 의한 운동경기라기보다는 차라리 모두 함께 즐기는 축제였던 것같다.
같이 즐거워하면서 성원하고 끝까지 완주하면서 자신의 개성과
성취욕까지를 발산하는 그런 축제말이다. 갑자기 굉장한 환호와 박수가
일어나 웬일인가 하고보니 휠체어를 탄 장애인 여자마라토너가 열심히
손으로 페달을 돌리면서 달려오고 있었다.

그 선수의 땀과 집념에 찬 모습에 연도의 많은 시민들이 열렬한 성원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런것들이 "인간적인 것" 그리고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이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가슴이 뭉클했었던 기억이
새롭다.

한 조직의 최고 경영자의 위치에 서서 문득 런던 마라톤을 구경한 기억을
되살려보는 것은,조직이란 서로 어울려 더불어 사는 사회이며 그안에는 늘
뛰어난 소수의 사람도 있지만 훨씬 더 많은 수의 서투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그러나 그 서투른 자에게도 더 많은 박수가 필요하다는 새삼스런
인식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무엇이든 일등만을 고집하고 남보다 더 많은 것을
갖는것만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함께
참여하고 격려하면서 서투른 사람에게도 용기를 줄 수 있는 그런 마음을
갖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