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매제인 봉태하 프로와 골프장에 갔었다. 이날따라 드라이버샷이
잘돼 볼이 살아 나가는 듯했다. 일행들이 자꾸만 칭찬을 하자 봉프로마저
"내가 배워야겠다"며 거들었다. 그러는 가운데 일행들은 "어떻게 하면
그렇게 골프를 잘 칠수 있느냐"고 되물어 왔다.

제갈공명이 말하기를 허명이 높으면 제명을 다 살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하였는데 실제보다 부풀려진채 골프를 잘친다고 소문이 나서인지
골프장에서는 물론 법정에서마저 동료변호사들로부터 자주 그같은 질문을
받는다. 그러나 그물음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대학에서 강의를 해오는 지난 수년동안 나는 첫 강의시간에는 으레 법학의
공부방법에 관해 얘기한다. 그 핵심은 법적사고를 기르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즉 인간만사를 법률적인 관점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며 평가하는
자세를 갖추라는 것이다. 그러한 법적사고를 기르기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나는 "죄와 벌" "적과 흑" "레미제라블" "베니스의 상인"등 법률적인
문제를 다룬 소설을 읽으라고 권한다.

법률가는 인간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대학 4년이란 짧은 기간에는
많은 사람을 실제로 만나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에서는 어떤 사람이 자기가 하는 일에 긍지를 갖고 몰두하는
것을 보고 "장이기질"이 있다고 한다. 자나깨나 자신이 하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고
숭고하다. 그런 사람에게는 누구나 감동하고 찬사를 보낸다. 결국
법률가가 되고자하는 법대생에게 법적사고를 기르라고 당부하는 것은
어쩌면 이같은 장인정신을 가지라는 뜻을 고상하게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어쭙지않게 골프를 잘 친다는 칭찬을 듣는 필자는
골프채를 잡을 때마다 골프선수가 아닌 변호사가 된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한다. 왜냐하면 그때마다 골프에 재능이 없어 골프로 출세할수
없는 자신임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늘 골프를 잘치기 위한 두 가지
요건을 생각한다. 하나는 골프에 관한 천부적인 재질이요,다른 하나는
부지런함으로 대변되는 노력이다. 그리고 골프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두가지의 요소가 모두 갖추어져야 하지만 아마추어로서 골프를 잘친다는
소리를 듣는데는 두가지 가운데 한가지만 있어도 족한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까지 필자가 만난 골프잘치는 사람들중 골프에 미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틈만 나면 골프를 생각하고 자신의 스윙을 가다듬으면서 골프책을
읽거나 비디오를 보면서 연구하는 사람들이었다. 흔히들 로핸디캡의
골퍼에게는 은행에서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공감이 가지 않는
일이다.

왜냐하면 그런 골퍼는 아주 부지런하고 장이기질을 다분히 가진 사람일
것이기 때문이다. 골프를 잘치려면 골프에 우선 미쳐야 되는것이 첫째
조건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