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신문 문화면에 매일 나오는 기사를 보면 "한국화랑협회"라는
여섯글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내용 대부분이 "이중섭 그림
가짜냐 진짜냐"라는 것도 알게 된다.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회에서는 지난해 7월 이중섭의 황소그림 2점(4호와
6호)에 대한 진위판정을 의뢰받아 감정한 바 있다. 한국화랑협회에서는
당시 감정위원(7명) 전원의 만장일치로 2점 모두 위품이라고 판정을
내렸다.

그런데 지난 6월15일 밤10시 55분 "집중조명 오늘"이란 프로그램을 가진
어떤매체에서 "미술계 일그러진 자화상"이라는 제목으로 방영한 내용의 한
대목은 협회의 명예와 공신력을 크게 실추시켰다. 이는 한국화랑협회
전회원의 문화사업에 대한 의욕과 힘을 상실케 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미술계를 등지고 싶을 정도의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번 일은 무한히 성원하고 격려해도 될 우리 미술문화계에 때 아닌
서리를 내려 잘 익어가는 과일을 못쓰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또 화랑경영인들뿐만 아니라 미술애호가 화가 조각가 판화가 기타
모든 분야 미술인 전체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하루아침에 땅에 떨어뜨려
놓은 일이 되어버렸다.

이런것은 신한국창조의 기틀을 세우는데는 한쪽의 문화날개와 다른 한쪽의
경제날개를 고루 갖추며 이 두 날개를 신한국건설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말한 대통령의 뜻에도 크게 위배되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동안 공영방송으로서 국가의 이익과 나라 발전을 위해 전개해온 숱한
업적에 대해 찬사를 보냈던 사람으로서,문화계의 한사람으로서,한사람의
시청자로서 이번 일에 대해서는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여보세요. 화랑협회 회장이시지요. <><>방송의 <><><>입니다. 이번
기회에 미술계의 애로사항과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말씀을 다
해주십시오. 특히 화랑협회 감정위원회에 대한 여러가지 일들,지난번에
어디엔가 보도된 이중섭 가짜그림사건에 대해서도 다 말씀해 주십시오"
방송국 PD의 전화였다. 이튿날 그 방송국 팀은 약속시간인 오전11시보다
1시간이상 늦게 도착,그때부터 오후1시40분까지 인터뷰를 계속했다.

한국화랑협회의 감정을 왜 비공개리에 하는지에 대해서도 협회 규약에
대한 내용과 더불어 충분히 설명했다. 화랑협회의 감정을 비공개리에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감정위원의 명단을 공개하고 감정을 공개적으로 할 경우 위품을
진품으로 감정해줄 것을 요구해오는 사람이 생겨날 수 있는 등 복잡다단한
혼돈을 초래한다.

<>위품을 진품처럼 만들어놓고 자신있게 감정을 의뢰했다가 결과 위품으로
나왔을 경우 생겨날 수 있는 보복행위를 방지한다.

<>감정위원에 대한 신변보호 약속의무를 이행한다.

그러나 이처럼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날 그 프로그램의
화랑협회 관련 인터뷰 방영시간은 단10초안팎이었다.

그것도 1시간여에 걸쳐 상세히 이야기한 내용은 모두 묵살한 채
마지막부분에 가서 "그래도 감정위원들을 어떻게 믿느냐"는 일방적이고
불신에 찬 질문으로 인터뷰 대상자의 인간적인 감정을 자극한 뒤 그에 대한
대답만을 방영한 일은 일개인의 명예를 짓밟은 행위일 뿐만 아니라 미술계
전체 종사자들의 자긍심을 훼손시킨 일임에 틀림없다.

이중섭 그림 진위 판정에 대한 방송부분에서 화랑협회 감정위원들의
위품감정이 마치 잘못된양 유도해가면서 진품임을 주장하는 교수의
설명부분은 크게 클로즈업시키는등 불공평한 시간배분을 한 것이나
"해괴한"등의 단어를 마구 사용한 것은 화랑협회를 비도덕적인 단체 혹은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매도한 편집이었다고 생각한다. 일개인의 명예도
소중하기 짝이 없는 것일진대 한 단체,그것도 문화예술계의 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온 단체의 명예와 공신력의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공정성은 개인이 지녀야할 덕목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다. 하물며
공공매체임에랴. 미술계 전반의 문제를 점검한다고 했으니 감정문제를
짚어볼 수 있었겠으나 이 경우 최소한의 공정성이 지켜졌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