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대통령이 바뀌면 줄잡아 3,600개,주지사가 바뀔 경우에는 주
의 크기에따라 차이가 많지만 뉴욕주를 예로 들때 600개정도의 자리가
정치적 임용(political appointee)케이스의 새얼굴로 "사람갈이"가 된다
고 들었다.

대통령의 경우를 보면 구체적으로는 백악관의 비서진과 참모
보좌관,행정부의 각료와 대사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수있다. 대통령은
이런 자리에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인물,당선에 공헌한
선거요원,정치헌금을 많이한 사람등을 앉힌다. 말하자면 신세진
사람들에게 신세를 갚을 길을 관행으로 터주고 있는 셈이다.

이런 관행을 가리켜 미국류의 엽관제(spoils system)라고 꼬집는 사람이
많지만 미국은 전혀 개의치 않고 그런 관행을 일종의 불문률로 확립해
놓고있다. 당사자들은 애당초 임기나 신분이 보장되는 일반공직자 혹은
공무원과는 다른 신분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언제 목이 잘려도 뒷말이
없다. 상원비준과 인사청문회는 일부 중요한 포스트의 경우 그런 관행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훌륭한 장치로 설명되기도한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과연 미국과 같은 정치적 임용관행이 있다고
말할수 있으며,있다고 한다면 그 범위와 수효는 얼마쯤으로 잡을수 있을까.

우리나라에도 분명 미국의 엽관제와 유사한게 있다. 새정부가
들어설적마다,정권이 바뀔적마다 빠짐없이 되풀이되는 새얼굴의
대거등장,끝없이 계속되는 인사선풍이 바로 그에 해당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다르다. 달라도 한참 다르다. 범위와 규모 실질내용은 전적으로
딴판이다.

청와대 비서진이나 각료들은 으레 떠날 각오가 돼있는 사람들이니까 별
문제다. 실상 미국류의 진짜 정치적 임용케이스는 그정도이다. 여기에
수하 보좌관과 비서진을 보탤수 있을 것이다. 그 이상의 엽관제는
용인되지 않는것으로 돼있다. 임기와 신분이 보장되어 있는 자리이거나
혹은 공직이 아닌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새정부의 사람갈이는 누구도 그 범위와
수효를 말하기 힘들 정도로 넓고 많다. 혁명 혹은 "쿠데타적 사건"을 통해
집권했던 과거의 군사정권에서는 물론이고 문민정부의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김영삼정부도 그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새정부가 출범한지 이제 겨우 4개월남짓.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얼굴교체와 자리바꿈이 있었던가. 위로는 장.차관과 국회의원 심지어
국회의장에 이르는 고위공직자에서,아래로는 동장을 포함한
하급지방공무원에 이르기까지,그리고 정부투자기관과 각종협회임원에
이르기까지 부지기수의 사람들이 물갈이를 당했고 앞으로 얼마나 더 당할지
모를 형편이다.

임기나 신분보장같은 제도상의 장치는 별 장애가 안된다. 아무도 못말릴
"의원"이란 훌륭한 구실을 얼마든지 동원할수 있는데다가 그것도 안되면
"비리척결"과 "사정"이란 전가의 보도가 있다. 이번에는 또 재산공개가
한몫을 했다. 자리를 비울 방도는 얼마든지 짜낼수 있으며 그렇게 해서
비워진 자리를 정치적 고려에서 줘야할 사람들에게 나눠 주면 되는 것이다.
새정부의 이같은 사람갈이는 명분과 이유야 어찌됐든 많은 문제를
유발한다. 문제가 이만저만 심각하지 않다. 저마다 연과 맥을 찾아 뛰게
만든다. 자의건 타의건 밀려난 사람과 가족의 "억울함"을 누적시키고 남은
사람은 나름대로 편치 못하며 새로 자리를 차고 앉은 사람은 내부의
"낙하산인사"비난을 견뎌야 한다.

자리를 무슨 정권의 전리품인양 배급식으로 마구 바꿔치는 모습은
국공영기업이나 정부입김을 짙게 타는 각종 사회단체,특히 경제관련
협회같은데서 심한데 이 경우에는 엄청난 비능률과 부담을 결과한다.
경비를 절감한답시고 감축한 사무당원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인사는
결국 부담을 민간기관에 떠넘기는 일인데 어찌보면 차라리 정치자금을
거두는것만 못한 일일수 있다. 없애야 마땅하다는 정부투자기관 이사장을
고집스럽게 임명하는 처사는 정말 모를 일이다.

인사를 만사라고 한 김영삼정부의 인사는 과연 몇점일까. 뭐가뭔지 아직
갈피가 잘 안잡히는 새정부의 사람갈이 기준과 방향으로 미루어 후한
점수를 주긴 곤란하다. 신경제100일계획의 경기활성화지연을 포함해서
잘못은 역시 인사에 있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