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대학출신들로 짜여져 있다. 이들 대학의 교수진 리스트를 보면 심한
경우에는 80%이상이 타대출신들이다. 미국의 대학뿐만 아니라 폐쇄성으로
정평이 나 있는 유럽이나 일본의 대학들도 모교출신 위주의 "순혈주의"를
꽤 빠른 속도로 벗어버리고 있다.
오늘의 대학사회가 신선한 공기와 새피를 끌어 들이기 위해 "혼혈주의"로
치닫게 된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학들이 이처럼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경향은 대학원생의 모집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대학4년을 마치고 그대로 모교의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는 "거의
절대로"불가능하다.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초년생들도 모교나 지도교수의 언저리를 맴돌 생각은
애초에 버리고 잽싸게 타대학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다. 5~10년간의
연구업적을 쌓아 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모교의 옛교수들을
찾곤하지만 모교귀환은 여전히 두터운 벽일수 밖에없다.
서울대학이 올해의 신임교수채용(56명)에 비서울대출신 학자를
"5명이나"채용키로 한 뉴스가 각신문에 커다란 활자로 보도되었다. 철저한
"끼리끼리"주의를 고집해온 우리의 대학사회가 이제 겨우 철옹성의 빗장을
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환영을 받는 모습이다.
그러나 서울대학의 전체교수의 수(1,400명)를 보면 외부두뇌는 4%를 겨우
넘는 수준(59명)에 머물러 있어 아직도 갈길이 먼 느낌이다.
학문연구를 귀족계급이 독점하고 있던 제정러시아 말기에 있었던 일이다.
당대의 대문호 톨스토이와 고리키가 궁전옆의 공원을 산책하다가 화원을
다듬고있던 발랄한 모습의 처녀 정원사들을 만났다.
톨스토이는 옆에서 거닐던 고리키를 향해 "젊은 귀족들이 저렇게 생기에
넘친 아가씨들과 때때로 "과오"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면 러시아의
귀족사회는 오래전에 고사하고 말았겠지"라고 했다 한다. 새로운 "피의
유입"을 찬양한 "혜안"을 보는 것 같다.
각종 연구기관이나 대학의 교수회관이 마치 동창회 소회의실 처럼
되어버린 우리의 현실은 잘못된 일임에 틀림없다. 타대학출신의 영재들을
위해 교수회관의 높은 담장은 낮춰질수록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