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임대주택 시장에는 전세라는 제도가 자리잡고 있다.
전세금은 대개 집값의 3분의1정도이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아파트의
월세는 대개 집값의 1%정도이다. 이것은 집값의 은행이자보다 약간 높은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전세를 월세로 환산해 보면 우리나라의
월세는 다른나라에 비해 훨씬 싼 편이다. 집값의 3분의1밖에 안되는
전세금의 기회비용에 불과하니까.

그러나 그 차이,즉 집값과 전세금과의 차액에 대한 기회비용은 집값이
상승하여 보상해 주었다. 다시 말하면 집주인이 일정한 수입을 위하여
세를 주는 것이 아니라 집값상승에 대한 기대때문에 집을 소유하고
있으며,세를 주는 행위나 그수입은 부차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집값이
오르면 전세금은 안정된다. 그러나 집값이 안정되면 전세금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까지 1가구1주택을 주택정책의 금과옥조로 내세워 왔다.
투기가 지배하는 현실에서 나름대로 타당한 정책이었다. 주택이 마냥
부족하였으므로 이들이 소수에게 독점되면 가격이 올라갈 우려가 높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가구다주택이라도 떳떳하게 사업자등록을 하고
세금을 내면서 임대업을 한다면 주택시장으로 여유자금을 끌어들이게 되어
더 많은 주택을 지을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택임대업을
제도화하여야 한다.

오늘날은 기동성사회다. 모빌리티가 높은 사회다. 직장관계 사업관계로
이사도 잦고 가족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꼭 내 집을 소유하여야 할 필요가
없다. 차라리 번거로울 수도 있다. 따라서 다양한 임대주택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주택보급률이 1백%를 넘은 선진외국도 자가주택거주율은
60%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임대주택 신세인 것이다. 주택은
소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거주하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 나타날
임대주택문화에 적응할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