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통해 내가 하는 일이
과연 사회에 얼마나 보탬이 되는가에 대한 자기점검은 항상 필요합니다"
국토개발연구원자료실의 책임연구원 설문원씨(여.34)는 연구원생활
8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사회내 여러 공동체,특히 직장내에서 늘 따뜻한 애정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려 노력하지만 때로는 딱딱하고 사무적인 자신의 모습에 고민하곤
한다.

지난 79년 이화여대 문리대에 입학,도서관학을 전공해 석사과정을 마친
그녀는 86년 국토개발연구원 공채를 통해 자료실연구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도서관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거의 황폐한 지경인 도서관문화에 대해
항상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그녀가 하는 일은 대학에서 배운 이론을 바탕으로 각종 문헌정보를
분석,주제를 부여하고 연구원내 정보의 원활한 흐름을 돕는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연구원생활의 선택이 결코 쉬웠던 것은 아니다.

어릴적부터 노래부르길 좋아했던 그녀는 대학시절교내 노래서클에서
활동하던 중 당시 건강한 노래를 통해 기성대중가요에 대항적인 문화운동을
전개하던 "노래를 찾는 사람들"에 가입,왕성한 활동을 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건강한 정서를 해치고 왜곡시키는 일부 왜색 양색에
찌든 대중가요보다 훨씬 더 밝고 좋은 노래를 부르고 싶었습니다"
84년 12월 "노찾사"의 1집앨범이 발표되고 대학원을 마친 그녀는 노래와
전공사이에서 잠시 갈등을 겪어야 했다.

"계속 문화운동을 해나가기엔 노래와 작곡,악기연주실력 모두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의욕만으로 안되는 부분도 있었고."
어렵게 전공쪽을 선택한 그녀는 한동안 아쉬움이 있었지만 직장생활을
통해 할 수 있는 일도 많다고 생각했다.

그 가운데 지난 88년 연구원내에 "노래반"을 만들어 1주일에 한번씩
동료들과 건전가요를 부르고 있다.

또 91년엔 전교조와 협조해 "새벽을 여는 노래"라는 교육관련음반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노래에 대해 공기나 물과 같은 자연스러움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연구원생활을 통해 지속적으로 그녀의 관심을 붙드는 것은 정부간행물의
유통체계와 정보수혜의 불평등성 등에 관한 문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간행물의 생산에서부터 배포까지가 각 부처별로
분산되어 이뤄지고 있어 자료입수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정부간행물이 행정상의 필요뿐만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를 효율적으로
충족시켜줄수 있는 체계적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녀는 자신에게 끊임없는 자기쇄신을 요구한다.

조직생활이 가져다주는 각종 타성과 안일한 매너리즘을 한사코
거부하려한다.

이같은 긴장은 그녀로 하여금 직장생활중 틈을내 지난2월 모교 박사과정을
수료하게 했다.

다년간의 실무경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주제를 올 여름
학위논문으로 제출할 계획이다.

요즘 그녀가 가지는 안타까움은 몇년전부터 빈민지역에서 "작은
도서관운동"을 펼치고 있는 몇몇 후배들에게 큰 도움을 주지못하고 있는
점이다.

아직 미혼이지만 그녀는 사람을 만날때 늘 자연스러움과 건강성을
중요시한다.

반주가 너무 많은 음악은 여백이 없어 삭막하듯이 사람도 그렇다는
것이다.

<조일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