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해군의 한 병사가 동양에 파견되어 근무하고 있을때 캘리포니아에
두고온 아내에게 타이프용지로 10m20cm나 되는 편지를 타이프로 쳐서
보냈다. 이 편지를 완성시키는데 꼬박 한달이 걸렸고 글자수는
2만8,000여자나 되었으며 타이프 키를 두드린 횟수가 14만번이나 되었다.

이역만리의 외로움 속에서 고국에 있는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내용이겠으나 편지 치고는 기록적이라 할만큼 장문이다.

편지란 흩어진 가족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친지,사랑하는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이자 외로운 사람의 마음을 감싸주는 위로자다. 편지를
쓰는 사람이나 받아보는 사람 모두가 스스로를 되돌아 보고 반성할수 있는
장을 마련해준다.

편지에는 화려한 문체나 깊은 지식,물샐틈 없는 논리가 요구되지 않는다.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백시킨 진실만을 드러내주면 된다. 이러한
편지는 말로만 주고 받거나 분위기로만 맺어진 사랑과 정을 더욱
성숙시킨다.

편지 이외의 통신수단이 대중화되지 못했던 시절만 하더라도 우편배달부를
기다리는 마음은 그리움 그 자체였고 편지를 쓴다는 행위도 즐거움 그
자체였다. 어버이가 자녀를 외지로 떠나보낼 때나 친지들을 만났다 헤어질
때면 "편지를 하라"는 정감어린 말이 오갈정도였지 않은가.

그러나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사람의 생활주변에서 사랑과 정을 담은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 가뭄에 콩 나는 것과 다름없게 되어 버렸다.
기껏해야 초.중.고교생들이 국군장병에게 위문편지를 보내거나 통신수단이
제약된 군영내의 사병들이 부모 친지들에게 안부편지를 보내는 것이 그
명맥을 유지해 주고 있을 뿐 홍보물이나 통신문을 담은 우편물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전화망이 없는 곳이 없게 되면서 이제는 "전화를 하라"는 말이 일상의
인사치레가 되었다. 통신 혁명이 가져다준 시혜임에 틀림없으나 사랑과
정의 가교였던 편지를 앗아가버린데는 허전함이 남게된다.

최근 한 주부가 등교하는 자녀들의 도시락속에 넣어주었던 자신의
편지들을 묶어 "도시락 편지"라는 책으로 내놓았다. 어머니의 가없는
사랑이 알알이 배어있는 1,000여통은 편지의 역할이 어떤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