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키는 지사에몬의 그 간곡한 부탁을 저버리지 않았다. 비록
술기운에 헐렁해져서 아무렇게나 승낙을 했던 것이지만,사무라이는 신의를
무엇보다도 중히 여기는 터이라,그 약속을 지켰던 것이다. 거사의
총지휘는 가네코마고지로가 맡았지만,실제의 행동 대장은 세키여서 그런
결정은 그가 마음대로 할 수가 있었다.

드디어 거사 날짜도 결정되었다. 삼월 삼일이었다. 그날 아침에
이이나오스케가 등청을 할때 기습을 하기로 작전계획도 구체적으로
세워졌다. 물론 가네코마고지로와 세키,그리고 기무라곤노에몬 세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일을 짜나갔다.

전원 무사히 에도로 스며들어 미리 지정된 여러 곳의 은신처에 대기하고
있는 자객들 사이의 연락은 시즈부인과 마쓰코가 맡았다. 모녀는
박물장수로 변장을 해가지고 일상의 잡동사니 용품을 담은 광주리를 들고
행상을 하는 척하면서 거사 본부에서 지령을 받아 그것을 이곳저곳에
분산되어 있는 자객들에게 전하곤 하였다.

그리고 에도성 주변의 약도도 모녀가 실제로 다시 답사하여 정확하게
그렸다. 특히 이이나오스케가 살고있는 히코네 번저와 사쿠라다문까지의
약도는 어디에 어떤 건물이 있고,어떤 길 어떤 골목이 있으며,어떤 나무가
어디에 서있는지,손바닥의 손금을 그리듯 자세히 작성했다. 물론 그
약도는 여러 장으로 복사되어 자객들의 은신처 한군데에 한 장씩
배포되었다.

그런데 거사 날짜가 다가오는 마지막 단계에서 두 사람은 작전의 실제
행동에서 제외하기로 계획이 변경되었다. 한 사람은 총지휘자인
가네코마고지로였고,다른 한 사람은 마쓰마 번저에 근무하는
아리무라유스케였다. 그 두 사람은 거사 후의 일을 위해서 실제 작전에는
참가하지 않기로 하였다.

이이나오스케의 목을 자르는 것만으로 일이 끝나는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막부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거나 무너뜨리는 일이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할수 있었다. 그렇다면 거사 후의 시국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가 더
중요한 관심사가 아닐수 없었다. 그래서 그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전원이
목숨을 버려서는 안될것 같았던 것이다.

실제 작전에 참가하고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할수 있었다.
참가는 곧 죽음이었다. 거사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말이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살아남아서 고향 번의 동지들에게 알리고,교토의
황실에도 작용을 해서 사후의 시국을 주도해 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