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머신업계의 대부 정덕진씨(53)의 비호세력을 수사중인 검찰이 초기
부터 사법처리 대상자를 박철언의원과 엄삼탁전병무청장으로 국한해 놓고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검찰이 90년 세무조사 무마청탁이라는 일회적 비리에만 수사를 집중
하고 `정기상납''으로 얽힌 구조적이고 지속적으로 비리를 파헤치지 않아
비호세력 수사를 한다는 본래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21일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씨가 검거된 직후 `검찰이 원하는 비
호세력으로 박의원과 엄씨정도면 되지 않느냐"며 이들의 비위사실을 털어
놓는 대신 자신을 선처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자금추적도 여의치 않고 달리 특별한 물증도 확인하
지 못한 상태에서 정씨의 진술이 없이는 비호세력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
하다"고 밝혀 검찰이 정씨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했음을 시인했다.
정씨는 그동안 검찰조사 과정에서 박의원과 엄씨 외에는 비호세력에 대
해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씨가 보다 은밀한 관계에 있는 다른 비호세력을 보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박의원과 엄씨의 비위사실을 털어 놓았으며 이정도 선에
서 수사를 마무리 지으려는 검찰과 `묵계''가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