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최완수특파원]세계최대의 은행인 시티뱅크가 지난 2년6개월간
미금융감독당국의 경영관리를 받아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워싱턴포스트지는 16일 이같은 사실을 보도하면서 시티은행이 도산위기를
넘기고 현재 재기에 성공하고 있는데는 FRB(미연준리)OCC(은행감독청)등
미금융감독당국의 경영참여가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미금융감독당국은 그동안 시티은행에 검사요원을 상주시키면서 모든
은행거래와 대출서류등을 매일 사전심사했으며 한달에 한번씩 금융당국자와
존 리드 시티뱅크회장간의 정기회의를 개최,은행경영상태를 점검했다는
것이다.

위싱턴포스트는 지난 90년 미국의 부동산경기침체로 수많은 은행들이
도산할때 시티뱅크도 위험한 상태에 이르렀으나 시티는 이를 감지하지
못했었다고 지적하고 금융감독당국이 강력한 경영쇄신방안을 요구하는
바람에 시티은행이 경영쇄신에 착수,위기를 넘겼다고 강조했다.

시티은행이 경영관리를 받아온 사실은 그동안 비밀에 부쳐졌으나
미행정부가 매분기 발표하는 "감시대상은행"의 부실자산이 지난 90년 크게
증가,은행관계자들은 이에대해 막연한 추측만을 하고있었다고 이신문은
덧붙였다.

세계금융계를 뒤흔들뻔 했던 시티뱅크의 경영위기와 극복스토리를
요약한다.

지난 90년가을 존 리드시티은행회장은 제럴드 코리건 뉴욕연방은행장과
윌리엄 테일러FRB은행감독이사의 연락을 받고 뉴욕연방은행에서
은행감독당국자들과 회담을 가졌다. 당시 미금융계는 부동산가격의
폭락으로 금융제도자체가 크게 위협받고 있을때였다.

은행감독당국자들은 시티은행이 은행의 건전한 경영을 위해 모종의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티은행 역시 경영상태가 위험수준에 있을
뿐만아니라 세계최대의 은행인 시티가 도산할경우 세계금융질서 전체가
위태롭다는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그때까지 부동산경기침체가 은행에
그다지 커다란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존 리드회장에게 이날
회담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시티뱅크는 무서운 폭풍이 다가오고있다는
사실을 모른채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세계최대은행을 구제하고 세계금융질서를 살리기 위한
구제작업이 시티와 은행감독당국간의 합작으로 시작됐다.

90년 11월부터 시작된 이 구제작업은 이제 시티뱅크의 경영이 어느정도
정상궤도에 진입함에 따라 마무리단계에 와있으나 2천1백30억달러에 달하는
시티뱅크의 자산은 아직도 "문제은행의 자산"에 포함돼있다.

그동안 경영부실의 책임을 물어 IBM GM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최고경영자들이 잇달아 사퇴하는등 최고경영자들이 수난을 겪고 있지만 존
리드회장이 건재한 것은 금융당국의 충고를 받아들여 재빨리
경영쇄신작업을 서둘렀기 때문이다.

또 91년12월 주당 8.5달러에 불과했던 시티뱅크의 주가가 현재 3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경영쇄신작업의 성과에 기인한다.

시티뱅크가 금융감독당국의 요구로 실시한 대표적인 경영쇄신작업에는
배당금 지급중지,자본증자,일부자산매각,경비절감,인원감축등이 들어있다.

은행감독당국이 시티뱅크가 위험하다는 평가를 내렸을때 시티뱅크내에는
모욕적인 평가라고 반발하는 임원들도 있었으나 그들도 지금은 은행의
심각성을 새롭게 일깨워주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FRB는 한때 3백명의 검사요원을 파견,은행경영상태를 검사했으며 OCC는
22명의 상주검사요원을 파견,모든 은행거래를 사전 심사했다.

금융감독당국이 가장 우려했던 일은 시티의 경영부실상태가 알려지면서
일시에 예금인출사태가 일어나 "자금위기상태"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비밀리에 경영관리를 받으면서 시티는 이제 위기를 벗어나 재기에
성공하고 있다.

매월 한번씩 가졌던 존 리드회장과 금융당국자들과의 회의도 올해초부터는
실시하지 않고있다. 존 리드회장은 은행경영이 95년에는 완전한
정상궤도에 올라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시티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금융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