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경기가 되살아 나고있는 것인가.

올들어 선박수주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조선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들어선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등 국내 조선사들은 올들어 지난4월까지
2백32만GT의 수주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6백30% 늘어난
것이다.

지난 1.4분기중에는 국내 조선사들이 따낸 수주량이 처음으로 일본을
앞지르기도 했다. 이기간중 우리나라 수주량이 1백79만GT인데 반해
일본조선사들의 수주는 1백51만GT였다.

선박수주가 이처럼 크게 늘어나고 있는것은 엔고영향에 힘입어서다.
일본조선소들은 엔고로 올들어 약10~15%의 선가인상요인이 생겨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로인해 그동안 일본조선업체들이 국내조선소에 비해 가격경쟁력 우위를
누렸던 4만~6만 급 중소형선박에 대해 우리업체들이 경쟁력을
회복,수수실적을 올릴수있게 된것이다.

그러나 선박수주가 늘었고 해외선사들이 우리조선소에 꾸준히 발주문의를
하고 있지만 정작 선박영업담당자들은 조선경기가 호황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낙관하기엔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수주가 늘어난 것은 엔고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란 지적이다.

18~24개월치 도크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조선소들이 가격조건이
맞지않는 일감을 포기함에 따라 우리 조선소에서상대적으로 많은 일감을
수주할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조선경기의 본격회복을 점치기 어렵게 하는 또다른 이유는 아직
유조선발주움직임이 없다는 점에서도 찾을수 있다.

현대중공업 조충휘상무는 "유조선시장이 움직이지 않는한 조선경기
활황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벌크캐리어선이나 컨테이너선시황은 스폿마켓(spot market)성격이 짙어
일시적으로 호불황이 엇갈릴수 있다.

그러나 유조선은 시장도 크고 장기적인 시황을 예측할수 있어 이 시장의
움직임은 조선경기를 그대로 반영한다.

유조선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꽁꽁 얼어붙어 있다. 지난 91년을
점정으로 떨어진 VLCC(초대형원유운반선)운임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VLCC운임은 조선경기가 호황이었던 지난 91년 하루 평균
3만1천7백달러에서 지난해는 2만2천4백달러로 떨어졌다. 올들어서도
VLCC운임은 2만1천1백달러선에 형성된후 여전히 움직임이 없다.

선주들은 노후선박을 해체하고 새배를 투입하고 싶어도 운임상승전망이
없어 신규발주를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조선회사들은 선주들이 마냥 신규발주를 늦추지는 않을것으로
보고있다. 2중선체 유조선운항이 의무화됐고 15년이상된 노후선박도
현역에서 물러나야될 상황이기 때문이다.
IMO(국제해사기구)는 지난해 3월 6백t이상의 유조선은 선체구조를
이중으로 하거나 미트테크구조(선두와 선미는 2중선체로,배밑부분은
단일선체로 건조하는 방식)를 갖추도록 의무화했다. 적용대상은 오는
7월부터 계약하는 선박과 95년 7월이후에 인도하는 선박으로 못박고있다.

또 잇따른 유조선사고에 따라 유럽의회는 EC항구에 15년이상된 노후선박과
단일선체선박의 입항을 금지시키기로 결의했다.

현재 운항되고 있는 VLCC의 70%(척수기준)가 15년이상된 노후선박임을
감안할 때 해체량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노후선박을 운항하다가
사고가 나면 선주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는 움직임도 있어 선주들은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갖게됐다.

조선소들은 이같은 규제에 따라 유조선의 발주러시를 예상,선가인하경쟁을
자제하고 선주들이 대량발주에 나설때까지 도크물량만 채울 수 있는
프로젝트성 선박영업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6일 한국 EC 일본조선업체대표들이 서울에 모여 덤핑수주를
자제하자는데 의견을 같이 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김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