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5일(일)낮12시. 일본의 가톨릭동경대교구 주교좌성당인
세키구치(관구)교회에서는 전처럼 동경한인교회(주임 이기헌신부)의 한국말
미사가 봉헌되고 있었다. 이날 미사의 특색은 신자석 앞자리에
"조선천주교인협의회"대표단 4명이 자리를 잡고 우리 교우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는 광경이었다.

북한가톨릭대표단은 단장격인 장재철(사무엘) 평양 장충성당회장이라는
차성근(율리오)과 "조선종교인협의회"위원 한인철(토마스),그리고 북송
재일교포로 통역원으로 따라온 김유철(요한)등이었다. 장재철은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위원"이고 "조선천주교인협의회"중앙위
그위원장을 맡고 있는 요인중의 한사람. 이들은 넓고 웅장한 대성당과
자리를 가득 메운 우리 신자들,그리고 그윽한 성가대의 합창과 장엄한
미사전례에 압도되었는지 사뭇 감동어린 표정이었다.

동경한인천주교회에서는 미사가 끝나면 구내의 가톨릭센터에서 주먹밥과
커피를 들며 신자간의 친교를 나누는 것이 상례. 이날 동경한인교회에서는
이들 대표단을 위해서 이미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일행은 이날 아침 일찍 후카미즈(심수정승)신부를 통해 미사에는
참석하겠지만 우리교우들과의 친교행사나 식사는 못하겠다고 통보해
왔었다. 미사후 성당뜰에서 우리 신자들의 따뜻한 인사를 받은뒤 그냥
떠나려하므로 이신부의 강권으로 사제사무실에서 신자대표 몇사람과
약30분간의 담화를 나누게 되었다.

이 자리에서 "사제가 없어 곤란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들은 "신자가
사제를 필요로 하는것은 당연하다"며 "하루 빨리 금수환추기경님의 품에
안기고 싶다"고 말하였다. 김추기경은 평양교구장도 겸하고 있으므로
일리는 있는 말.

이들의 태도가 이날 갑자기 경화된 것은 전날에 이들이
나고야(명고옥)교구장인 소마(상마신부)주교를 예방했었을때 그들의 목적이
좌절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추측들. 이들은 갑자기 김일성주석의
"통일을 위한 10대강령"을 소마주교에게 전달하면서
"조선천주교인협의회"와 일본가톨릭정의 평화위원회가 공동으로 성명을
발표하자고 제의했다가 소마주교로 부터 거절을 당했었다.

북한 가톨릭은 종교적으로 좀더 순수해졌으면 하는것이 이날 우리
신자들의 바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