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커플링은 "서양과 동양의 발라드"에서 "동양은 동양,서양은
서양,결코 만나는 일이 없을것"이라고 노래했지만 그중에서도 자살은
동.서문화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나게해 준다. 서양에서는 그리스도교의
영향으로 자살은 죄중에서도 가장 큰 죄가 된다.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사람이 마음대로 끊을수 없다는 논리이다.

한편 동양,그중에서도 일본은 전통적으로 자살을 일종의 미적인 시각에서
보는 경향마저 있다. 살아서 치욕을 당하느니보다 차라리 꽃답게
자결하겠다는 생각이다. 봉건시대 무사들의 하라기리(절복)는
차치하고라도 국수주의적 작가 미시마(삼도유기부)가 70년11월에
할복자살한 "자위대사건"은 자살에 대한 일본인의 미학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수 있다.

자살은 동.서양의 문화차이로 가치판단이 달라지게 되지만 또 자살의
동기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플루타르크는 "영웅전"에서 "자살은
명예를 빛내기 위해서 할 일이지,해야할 일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고"지적하고 있다. 이말은 자살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는 고대희랍사람답게 명예를 중시한데서 비롯된
의견이 아니었다 싶다.

피에르 베레고부아 전프랑스총리의 자살사건으로 프랑스정계가 어수선한
모양이다. 베레고부아는 92년4월부터 지난 3월말에 집권 사회당이
총선에서 참패할때까지 만1년간 총리직에 있었던 인물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이민 2세로 중학교를 졸업하고 선반공 철도노동자등을 전전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가 자살한 동기는 총선참패의 충격도 있지만 그
보다는 7년전에 한 사업가로 부터 100만프랑(약 1억5,000만원)을 무이자로
빌려서 아파트 한채를 구입한 사실이 부패스캔들로 번진것에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전세계적으로 정치부패에 대한 척결선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정치인 비리척결의 진행상황을 지켜보면 부패정치인으로
낙인을 찍혔을때 우리나라나 일본의 정치인들은 후안무치한 언행이 많은
반면 서양의 정치인들은 스스로 양심의 가책을 받는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그사회의 양심이 어느정도 살아있느냐는 척도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사회적 도덕성의 회복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