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당직변호사 상황실입니까. 제 동생이 경찰서에 억울하게 구
속돼 있는데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당직변호사제를 실시한 첫날인 1일 오전 9시20분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변호사회관3층 당직변호상황실에 변호사의 도움을 청
하는 첫 전화가 걸려왔다.

동생인 문모씨(28.회사원. 서울 강남구 역삼2동)가 차량부품을 훔친
혐의로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구속됐다는 문석군씨(32. 경기도
양주군 광적면)의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전화를 받은 상황실직원은 문씨의 신고내용을 접수카드에 기록한 뒤 즉
시 상황실에서 대기중이던 박성호 당직변호사(33)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박변호사는 곧장 서초서를 방문, 접견신청서를 제출하고 유치장에 수감
중인 문씨를 만났다.
"저는 선생님에게 법률적인 도움을 드리기 위해 찾아온 당직변호사입니
다. 우선 사건내용부터 말씀해 주시죠"

"지난 28일 저녁 귀가중 집근처에서 제 차가 고장이 났는데 때마침 그
근처에 버려진 차가 있었습니다. 그 차에서 부품 몇 가지를 떼어내 쓰려
다 절도범으로 몰려 이렇게 억울하게 구속됐습니다. 그 차는 누가봐도 폐
차인데 인근 카센터주인이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절도범이 된
것입니다"

"경찰의 진술조서가 선생님이 진술하신대로 작성됐는지 확인하고 날인
하셨나봐요"

"저는 훔친다는 생각으로 한 것은 아닌데 담당형사가 마치 절도범인 것
처럼 조서를 꾸몄습니다"
"날인을 하면 조서내용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인데 왜 날인을 했습니까"

"처음에는 거부를 햇으나 새벽 늦게까지 조사를 받는 바람에 너무나 지
쳐서 자포자기 심정으로 날인을 했습니다"

박변호사는 조서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 수정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
요구가 묵살되면 날인을 거부하는 것이 법적으로 보자된 피의자의 권리라
며 다시 조사를 받을 경우 주의해야할 사항등을 문씨에게 일러주었다.

박변호사는 또 가족들과 상의해 구속적부심을 법원에 신청하는 것이 적
절한 법적대응이라고 설명했다.

30여분간 접견을 마친 문씨는 "경찰에 붙들려와 당황한데다 법도 잘 몰
라 구속까지 됐는데 변호사님의 설명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하루동안 당직변호상황실에는 8건의 구제요청 신고가 접수됐
으며 이중 5건에 대해 현장변호활동이 이뤄졌다. 문의전화는 2백여통이나
걸려왔다. 당직변호사 상황실은 597-1919.